
겨울날, 추위를 뚫고 학원에 가던 길이었다. 한 할머니가 잔뜩 웅크린 몸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걷고 계셨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마음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도와드리자.’
나는 할머니께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할머니, 무거우시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할머니는 놀라면서도 기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아이고. 고맙다, 얘야. 이렇게 추운 날 장바구니가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는데….”
장바구니에는 고구마, 밤, 대추 그리고 채소들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는 그것들을 시장에 팔러 가는 길이었다고 하셨다. 나는 장바구니를 조심스레 받아 들고 할머니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시장이 멀지 않다고 하셨지만, 할머니의 걸음은 이미 지쳐 보였다. 할머니는 나에게 고맙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시장에 도착하자 할머니가 작은 사탕 봉지를 건네셨다.
“네가 아니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이 사탕 받으렴.”
사탕에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할머니도 웃으시며 손을 흔들고 인사하셨다.
할머니와 헤어지고 다시 학원으로 가면서 사탕을 하나 물었다. 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할머니의 포근한 온정이 내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랑은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작은 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소소한 친절과 배려가 커다란 감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