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공부하던 중 엄마의 부름에 안방으로 달려갔다.
엄마는 배냇저고리, 모자, 속싸개 같은 아기 용품을 빨아
건조대에 널고 계셨다.
나랑 언니가 어릴 때 입던 것들인데,
옷을 더 넣어두었다간 곰팡이가 필 것 같아 꺼내 빨았다고 하셨다.
나는 신기한 마음에 이리저리 만지다가
몸에 대보고, 머리에 써보았다.
엄마도 옷을 어루만지며 즐거운 순간을 회상하는 듯 미소 지으셨다.
“이렇게 작았을 때가 있었는데….”
엄마는 옷을 하나씩 집어 들면서 우리 자매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막 태어났을 때 입었던 가운, 언니가 처음 입었던 원피스,
돌잔치 때 신었던 버선…. 엄마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놀랐다.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입지 못하는 겉옷 하나,
때가 탄 작은 모자 하나도 여태 버리지 못한 엄마.
밝게 웃으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얼굴로 옷을 매만지는 엄마의 표정에
내 마음이 쿡쿡 저렸다.
나는 기억조차 없는 내 어린 시절 하루하루가
엄마에게는 바로 어제의 일 같은가 보다.
딸들의 작은 웃음, 말 한마디까지
엄마는 머릿속 사진첩에 일일이 찍어놓고,
십수 년이 지나도록 그 순간을
소중한 보물처럼 여기며 안고 살아가신다.
그런 엄마에게서,
내가 절대 가늠할 수 없을 사랑의 크기를 또다시 체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