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2를 마무리하는 겨울방학에 엄마의 권유로 학생캠프에 참여했습니다. 대충 시간만 보내고 돌아오려 했는데, 선배 형제님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레크리에이션이 의외로 즐겁고 좋았습니다. 형제님들과도 금세 친해졌고요. 그때부터 틈틈이 시온에 갔고, 안식일에는 종종 학생들과 말씀 공부를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믿음이 발전한 것 같아 ‘이만하면 됐겠지’ 하며 만족했습니다.
그 무렵, ‘학생 새노래 페스티벌’ 오디션이 열렸습니다. 친한 형제님들을 따라 얼떨결에 저도 오디션에 지원했습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합격 소식에 내심 기뻤습니다.
설렘과 걱정을 안고 간 첫 연습 날, 여러 당회 식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대화해 보니 저마다 어려운 환경에도 즐겁게 신앙생활하며 다른 식구까지 챙기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저와 동갑인 한 형제님은 학생부 후배에게 성경을 쉽게 설명해 줄 방법을 고민하며 진리 발표를 연습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서 식구를 향한 배려와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한참 모자란 믿음을 가진 것 같았고요.
합창 연습을 하면서 또 한 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새노래 가사에서, 우리를 구원하려 희생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깊이 전해졌습니다. 그 사랑으로 구원받은 제가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믿음을 가진 것에 하나님께 죄송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후로 목표가 생겼습니다. 후배들을 챙기는 직책을 맡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성경 공부부터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방학을 활용해 하루에 서너 주제씩 발표했지요. 석 달째에는 계획한 공부 과정을 전부 마쳤고, 마침내 바라던 목표를 이뤘습니다.
그사이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싶은 마음에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학교생활에 임했습니다. 선생님과 마주치면 예의 바르게 배꼽인사를 드렸으며 수업 시간에는 졸지 않고 최대한 집중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 이전에는 수업 내용이 이해되지 않으면 엎드려 자기도 했습니다. 태도를 바꾸어 어려운 수업이어도 일단 집중하려 했더니 성적이 많이 올랐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두들 놀라워했고, 부모님도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다시 돌아온 겨울방학, 감사한 마음으로 ‘제2회 학생 새노래 페스티벌’에 참가했습니다. 이번에는 한 후배 형제님과 함께했지요. 예전에 방황하던 제 모습과 닮아 있어 자꾸 신경이 쓰이던 형제님이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형제님에게도 새노래 페스티벌이 믿음의 터닝포인트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함께 오디션에 지원했고 사이좋게 붙었습니다. 연습이 거듭될수록 형제님의 믿음이 자라는 것이 보였습니다. 성경 말씀에도 관심이 생겼는지 진리 발표도 열심히 하더라고요.
저희가 부른 합창곡은 ‘죄인을 사랑하신 하나님’이었습니다. ‘원수보다 강포한 나를 미워도 하지 않으시고 어찌 사랑하셨나이까’라는 가사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에서 큰 죄를 짓고 이 땅에 내려온 죄인들을 각별히 사랑해 주셨습니다. 우리의 구원을 우리보다 간절히 바라시는 하나님께 더욱 기쁨을 드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처음 새노래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제가 속한 베이스 파트를 지도하던 선생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어요. 얼떨결에 온 사람도 있고, 새노래가 좋아서 온 사람도 있고, 믿음을 성장시키러 온 사람도 있을 거예요.”
첫 번째 유형이 원래 제 모습이었다면, 연습을 할수록 세 번째 유형에 가까워졌습니다. 새노래 페스티벌 덕분에 믿음이 크게 자랐으니까요. 어떻게 모였든 저희가 새노래 페스티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습니다. 자녀를 바른길로 이끄시려는 하나님의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새노래로 식구들과 한자리에 모이게 해주시고, 한목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믿음이 자라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찬양뿐 아니라 일상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입술이지만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감사가 끊이지 않는다면 매일매일이 하나님께 축복을 넘치게 받는 페스티벌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