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발목이 깁스로 봉인되었다.
평소 나는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일 정도로 활발하다.
MBTI 유형으로 보면 파워 ‘E(Extrovert, 외향형)’다.
마음껏 움직이지 못해 답답해하는 나를
가족들이 살뜰히 보살펴 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가족들을 한 명 한 명 눈에 담았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기회에 우리 가족이 내게 어떤 존재인지 알아보자!’

엄마는 나의 [수호천사] 다.
발목을 다친 뒤로 나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엄마다. 엄마는 매일 운전해 나의 등하교를 책임진다. 엄마에게 “나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면 피곤하지 않아?”라고 물어봤다. 엄마는 “다 널 사랑해서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쑥스러워서 “거짓말!”이라고 소리쳤지만, 엄마가 진심이라는 걸 안다.엄마의 도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발목에 깁스하고 가장 불편한 점은 바로 목욕. 목욕 전, 깁스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다리를 비닐봉지로 감싸서 입구를 꽉 묶어야 한다. 신기하게도 엄마가 묶어주면, 대충 세게만 묶는 것 같은데 깁스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다음에는 나를 부축해 의자에 앉힌 뒤 내 머리를 빡빡 감겨준다. 엄마의 손맛(?)이 아주 시원하다. 목욕을 마치면 엄마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주고 옷도 입혀준다. 사실 이건 내가 해도 되지만 엄마가 해주는 게 더 좋다. 다시 아기가 된 느낌이랄까? 하하.
다친 곳이 덧날까 걱정하며 매일매일 나를 돌봐주는 엄마는 나의 수호천사다.

아빠는 나의 [지니] 다.
아빠는 일하느라 주말에만 집에 오신다. 서로 얼굴 볼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아빠는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가정에 최선을 다한다.아빠는 다친 나를 위해 선물을 해주었다. 딱딱한 목발을 짚고 걷다 보면 겨드랑이부터 팔까지 너무 아프고 금방 몸이 피로해진다. 이것을 안 아빠가 목발 길이를 내 키에 맞추고, 목발에 붕대를 감아 푹신하게 만들어줬다.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듯 보여도 내게는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특별한 선물이다.
이것만으로 충분한데 선물이 하나 더 있었다. 휠체어다. 학교에서 휠체어를 대여해 줘서 타봤었다. 정말 편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만 쓸 수 있어서 아쉬웠다. 그때 딱 아빠가 휠체어를 가져온 것이다! 감동이었다. 아빠는 내 다리가 아플 때 주물러주고, 시장에 갈 때 말하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사다 준다. 다정하고 자상한 우리 아빠. 마치 소원을 들어주는, 영화 《알라딘》의 ‘지니’ 같다.

언니는 나의 [간호사] 다.
언니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집에서 언니는 나의 간호사다. 귀찮아하면서도 냉찜질용 얼음팩을 가져다주고, “나 이런 상태인데 왜 그런지 알아?”, “내 발은 언제 나아?”, “이 정도면 많이 나았지?”라고 쉴 틈 없이 물을 때 “나도 몰라!” 하면서도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대답해 준다. 그리고 괜찮다며, 걱정 많은 나를 달랜다.언니는 정말 다정하다. 방에서 움직여야 할 일이 생기면 병원에서 간호사 호출 벨을 누르듯 나는 옆방을 향해 “언니!”를 외친다. 언니는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벌떡 일어나 나에게 와서 사소한 부탁을 수십 번도 더 들어준다. 공부하느라 바쁘고 피곤할 텐데 나를 정성스럽게 간호해 주는 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동생은 나의 [비타민] 이다.
나는 옆에 동생이 없으면 절~대 안 된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생은 나를 대신해 수만 가지 일을 한다. 신발 신겨주기, 가방 들어주기, 물 갖다주기, 밥상 치워주기 등. 사소하지만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 많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동생을 부른다. 너무 자주 부르면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착한 동생은 결국 다 해준다. 동생이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아, 동생이 날 위해 해주는 일 중 가장 대단한 일은 ‘웃겨주기’다. 한번은 가방이 무거워서 동생에게 “들어줘”라고 부탁했다. 동생은 고민 끝에 들어주었다. 가방이 아니라 목발을!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내 입에서는 참을 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바탕 웃고 나서 다시 가방을 들어달라고 했다. 동생은 또 목발을 가져가더니 이번에는 “두두두두!” 하며 사격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가. 황당했다. 그럼에도 동생의 액션 연기(?) 덕분에 한참을 웃었다.
동생은 내게 웃음과 활력을 주는 비타민이다.
발목을 다쳐서 불편할 줄만 알았는데 나를 향한 가족의 애정을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엄마 아빠도, 언니 동생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나를 위해 수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늘 가족의 사랑도 생각해 본다. 영의 부모님이신 엘로힘 하나님은 내 영혼이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시고 안전한 길로 안내해 주시며 세세한 기도까지 다 들어주신다. 영의 형제자매들은 항상 서로를 배려하고 섬겨준다. 한쪽 발이 다치면 다른 발이 더 힘을 내어 다친 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돕듯 누가 힘들어하거나 아파하면 곁에서 힘을 주고,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며 자기 몸처럼 돌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는 하늘 가족이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시온에서도 영육의 가족과 있으면 즐겁고 감사하다. 아름다운 하늘나라에서 함께하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소중한 가족들과 영원히 함께할 천국이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