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한 마음

엄마는 늘 하교 시간에 맞춰 나와 언니를 차로 데리러 오셨다. 그날도 어김없이 나는 언니와 함께 엄마를 기다렸다. 평소보다 늦으시네 하는 차에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리광 부릴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린 말은 여태 살면서 들은 말 중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다.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빨리 집으로 오라는, 힘없이 축 늘어진 엄마의 목소리였다.

놀란 가슴을 진정할 새도 없이 집으로 향했다. 언니와 나는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엄마를 마주했다. 쓰러진 엄마가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들것에 실려 나갈 때까지 나는 가만히 서서 울기만 했다.

나는 왜 지금껏 엄마의 아픔을 몰랐을까? 아니, 아마 알았을 것이다. 밤에 일하고 낮에도 쉬지 못하며 매일같이 딸들을 데리러 짧지 않은 거리를 운전하는 엄마의 몸이 마냥 건강할 리 없었다. 그러나 난 엄마의 아픔보다 내 무릎에 난 작은 상처가 더 아픈 어린아이였다. 처음으로 엄마를 위해 울었다. 나의 작은 생채기 때문이 아닌, 엄마의 고통을 외면한 후회와 죄송함의 눈물이었다. 마음이 저릿했다.

그것이 계기였을까. 그날 이후로 엄마뿐 아니라 시온 형제자매들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고 보듬어주려는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하나님께 기도하며 노력하니 내 마음과 믿음이 조금 더 장성해진 것 같았다. 엄마도 수술 이후 건강을 거의 회복하셨다.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연약하고 얕은 내 믿음을 성장시켜 주시려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제의 시련은 오늘의 나를 성장시키고 내일의 나를 만들어간다. 이제는 나의 상처만 바라보지 않고 하늘 가족의 아픔까지 생각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사랑 받기만을 원했던 내게 큰 깨달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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