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다, 우리 가족

가족과 산 지 어언 19년. 청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 가족의 실체를 파헤쳐 보려 한다.
우리 가족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사공이 많다는 것. 아빠, 엄마, 동생과 나는 다 활발하고 저마다 할 말이 많아서 이야기가 항상 삼천포로 빠진다.
함께하는 인터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시작해 봤다. 역시나 한자리에 모였다가 자꾸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서—더 보태자면 너무 시끄러워서—인터뷰 실패…. (@ㅇ@);;
따로따로 짤막짤막 문답한 끝에 겨우 글 작성이 가능했다.


1. 집안 내 포지션

엄: 대빵

아무도 건들지 못하는, 우리 집의 실질적 원수(元首)라고나 할까. 참고로 엄마는 우리 집 ‘특찐’이다. 자칭, 일진보다 더 높은 거라 하신다.

빠: 금쪽이

아빠는 우리 집에서 사고를 도맡으신다. 엄마가 요리할 때 일손을 덜기 위해 재료 좀 다듬어 달라고 하면 일거리를 더 창조하시고, 물건이 고장 나면 고쳐주겠다 하고 아예 분지르신다. 아빠, 사랑해요.♥

나: 고3 수험생 ➞ 무기

한때 ‘수험생’ 이 한마디면 다 됐는데… 쩝. 나는 우리 집안의 무기다. 내가 손이 좀 맵다. 아빠를 닮아 내 손이 닿는 족족 물건이 상한다. 엄마는 나와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하신다.

동: 먹방 인플루언서 + 냉장고털이범

우리 집에는 국자만 한 숟가락이 있다. 우리 집 먹방 진행자를 위한 소품이다!
(방송 시간: 저녁 / 장소: 우리 집 식탁)



2. 취미

엄: 여행

어디로 갈지 여행지를 찾는 것도 좋아하고, 맛집 탐색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

빠: 운동

산책도 좋아하고 야구도 좋아하신다. 휴일에는 친구분들과 야구를 즐기신다.

동: 먹기

참 한결같은 아이다.

나: 잠자기, 노래 듣기, 여행

누워서 스르르 잠드는 그 순간이 좋다.



3. 특기

엄: 요리

우리 집 전속 요리사.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라는 철칙으로 항상 예쁜 음식을 만드신다.

빠: 토스트 만들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아빠표 토스트! 일명 ‘길거리 토스트’라고 하는데, 얇게 채썬 양배추를 섞은 달걀부침이 핵심이다. 수석(?) 요리사인 엄마조차 아무리 해도 따라 할 수 없는, 아빠만의 토스트 맛이 있다.

동: 먹기, 웃기기

편의점 신상품은 절대 그냥 못 넘어가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이자, 큰 웃음을 담당하는 우리 집 분위기 메이커.

나: 먹기

고3 때 입이 트인(?) 후로 모든 음식이 맛있다. 다만, 살이 너무 많이 쪄서 고민이다.



4. 요즘 많이 하는 생각

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축복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

빠: 정인이 좋은 대학 가기, 채원이 공부 좀 더 열심히 하기

요즘 우리 가족 최대 관심사는 나의 수능-대입이다. 아빠 엄마, 미안해요…. ^^

동: 어떻게 친구들에게 하나님 말씀을 잘 전할까?

ISBA 동아리 회장인 우리 자매님은 요즘 아주 학생부 활동에 열심이다.

나: 수능 끝났는데 뭐 하지?

2024학년도 수험생들은 누구나 하는 생각. 버킷리스트 만드는 순간이 정말 재밌었다. 해외도 가보고 싶고, 대학 동아리 활동도 하고 싶고, 운전면허도 따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일단 일본어 공부는 시작했다! 이제 슬슬 운전면허 시험도 준비해야지.


5.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

엄: 사랑해~~~~♥♥♥

엄마의 다정한 “사랑해”는 아직까지 적응 불가. ^^;;

빠: 우리 가족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랑합시다.

동: 우리 꼭 같이 천국 축복 받자!

나: 항상 묵묵히 응원해 주는 가족들! 정말 고마워요!



6. 칭찬 릴레이

엄: 채원이는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줘. 밥도 맛있게 먹고.

동: 엄마는 요리를 잘해요. 유머러스하고, 항상 쿨내 진동!

빠: 정인이는 성경 말씀 발표 잘하고, 교우관계가 원만해.

나: 아빠는 김치볶음밥도 잘 만들어요. 노래를 열심히(!) 부르시고, 성실하세요.

※ 우리 아빠는 흥 많은 음치다. 아빠의 노래를 듣다 보면 인내심이 길러진다.


+ 나 황정인이 생각하는 우리 가족의 쉽지 않은 점

엄: 엄마의 MBTI 유형은 ENFJ. 세상에 F(Feeling·감정형)라고? T(Thinking·사고형) 같은데!

엄마에게 고민 상담을 할 때 나는 엄마가 먼저 공감해 주길 원하는데, 엄마는 “힘들다고 포기할 거야?”라며 해결책부터 제시하신다. 엄마들 특징인가? ㅠㅅㅠ

빠: 직업병인지, 아빠는 무엇이든 자료화시켜 문서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내가 고1 때였다. 시험을 잘 못 쳐서 슬퍼하는 나에게 아빠는 말씀하셨다.
“이때까지의 성적을 그래프로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을지 계획서를 써봐.”
‘황당해서 웃음이 난다’는 표현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동: 동생은 사실 아주 여리고 생각도 많고 섬세한 아이다. 외강내유 그 자체! 울기도 많이 울고 상처를 잘 받는다. 그런데… 나에게만은 강하다.

나: 주위에서는 나를 보고 아주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 같다고 말한다. 사실 나는 더펄이다. 조심성이 없고 하도 덤벙대서.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일단 시작하고 보는 성격이라고….



함께 있으면 시끌시끌해서 인터뷰 하나 같이하기 쉽지 않은 우리 가족. 그만큼 ‘유쾌+상쾌+통쾌’한 우리 집이다. 가족들은 항상 서로를 웃기기 위해 노력한다. 개그 욕심이 크다고 해야 할까. 평소에는 아옹다옹하는 것처럼 보여도 뒤에서는 묵묵히 도와주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고맙다.
고3 수험생으로 보낸 지난 한 해, 가족이 나의 버팀목이자 뿌리였다. 이리저리 흔들릴 때 옆에서 잡아주고, 힘들어할 때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가족은 내 삶의 원동력이자 믿음의 동역자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우리 가족과 천국까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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