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저는 엄마를 압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제 뒤에서 하나하나 챙겨주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신다는 것을요.
그런 엄마에게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심층탐구 가족학 인터뷰를 자그마한 선물로 드리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호호. 저는 못난이 삼 남매를 자녀로 둔 직장인 엄마 이현실입니다. 반가워요.
가정을 돌보면서 직장 다니기 힘드시진 않으세요?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10년 가까이 출퇴근해서 이제는 익숙합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들딸들 때문이죠.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서 매일을 알차게 살아갑니다.
지칠 때 힘이 되어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남편의 장난을 보면 웃음이 나오고, 군대에서 저보다 고생하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납니다. 또 둘째 딸이 집안일을 도와줄 때, 막내딸이 쪼르르 달려와 사랑한다고 속삭여줄 때 힘이 나요. 가족이 저의 인간 비타민입니다.
제게는 엄마가 비타민이에요! 그럼 제가 태어났을 때는 어땠어요?
우리 막내 유진이를 처음 봤을 때 정말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뽀얀 얼굴에 쌍꺼풀 없는 눈이 정말 귀여웠지요.
훌쩍 자란 저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남들에게는 다 큰 것처럼 보이겠지만 제게는 아직 콧물 찔찔이, 미운 세 살 같습니다.
제가 ‘미운 세 살’ 같은 순간은 언제예요?
어우, 너무 많죠. 제가 충고하거나 잔소리하면 알아서 한다고 하는데 자기 혼자 알아서 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그조차 제 눈에는 사랑스러워요.
저를 키우시면서 기쁘거나 자랑스러운 순간이 있었나요?
제가 모르는 걸 척척 알려줄 때 ‘벌써 이런 걸 알려줄 만큼 컸네’ 싶어서 뿌듯합니다. 주변에서 “딸 잘 키웠네”라고 말하면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올라가요. 호호호.
요즘 제가 엄마한테 자주 화내는데 속상하지 않으세요?
저도 사람이기에 딸이 화내고 짜증 내면 상처받고 속상해요. 하지만 또 그런 모습이 이해가 돼요. 저도 딸이니까요. 딸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엄마한테 이랬던 적이 있는데 우리 엄마 많이 속상했겠구나’ 하고 반성합니다.
엄마는 저를 얼마만큼 사랑하세요?
매우매우 사랑하죠. 열 달 동안 품고 있다가 세상에 나온 내 반쪽을 어찌 안 사랑하겠어요. 감정 표현이 서툴러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 하지만 많이 사랑합니다. 제 마음에는 아들딸들이 항상 이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에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엄마를 얼마만큼 사랑하는 것 같아요?
많이 사랑하지 않을까요? 가끔 말 안 듣고 까칠하게 구는 모습도 엄마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입니다! 저도 엄마를 많이 사랑해요. 그럼 제가 늘 엄마에게 감사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시나요?
헉! 진짜요? ‘엄마의 역할은 원래 다 그런 거지’라고 생각해서 딸이 고맙게 여겨주는 줄은 생각 못 했어요.
앞으로는 자주 감사하다고 말씀드릴게요. 마지막으로 제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나요?
큼큼… 이 자리를 빌려 딸에게 잔소리 좀 하겠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방 청소는 알아서 하고, 숙제도 미리미리 합시다. 맨날 똑같은 잔소리라고 생각하겠죠? 저도 알아요. 하지만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쩔 수 없어요.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보다 잔소리와 충고를 더 많이 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엄마 말 잘 듣고 잘 도와줘서 고맙고 사랑합니다.
역시 마지막 말도 잔소리로 장식하는 ‘K-맘’이시군요.
이상 인터뷰는 끝입니다. 감사합니다!
엄마의 말과 행동에는 다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뒤죽박죽인 제 방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시고, 장 보면 항상 제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 오시고, 바쁜 출근길에도 제가 학교에 잘 갔는지 걱정하며 연락하시고, 일찍 자라고 잔소리하시는 것도 다 저를 사랑하고 도와주려는 마음 때문이겠지요.
저는 엄마에게 까칠하게 굴 때가 많습니다. 기분이 안 좋으면 괜히 엄마에게 화풀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제 모습도 늘 이해해 주십니다.
그동안 마음 깊이 숨겨두었던 말로 심층탐구 가족학을 마치겠습니다.
엄마, 제가 화내고 짜증만 내서 죄송해요. 이제는 더 상냥하게 말하고, 방도 스스로 치우고, 잠도 일찍 자서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효녀 심청이가 되어볼게요. 물론 가끔은 짜증을 내긴 하겠지만요…. 엄마는 제 인생의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벽이자 어둠을 밝혀주는 빛이에요. 저도 엄마에게 그런 딸이 되고 싶어요. 엄마를 아주 많이, 셀 수 없을 만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