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돌아왔다. 엄마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엄마에게 전화로 하소연했는데 엄마는 “지금 일하고 있어서 못 간다”고 말했다. 마음이 크게 삐뚤어졌다.
그날 저녁, 퇴근한 엄마가 조심스럽게 내 방으로 왔다.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어?”
그 질문이 너무 화가 났다. 이미 이유를 알면서 그렇게 말하는 엄마가 미워 눈물이 났다.
“엄마가 필요하다고 했잖아! 엄마는 나보다 일이 더 중요해?”
지금이라도 엄마가 “일 그만두고 네 옆에 있을게”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내 맘과 달리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우연히 엄마와 아빠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일을 그만둬야 할까?”
엄마는 연신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
“애들 하고 싶은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게 하려면 일을 그만두면 안 되겠지?”
엄마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일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다 우리를 위해서였다.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짜증만 냈을 때 엄마 마음에 얼마나 큰 못 자국이 남았을까.
더 이상 어린아이처럼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 엄마의 가슴에 못 자국을 남기기보다 아름다운 꽃을 달아드리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