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내 동생 上

“이거 내 거야. 빨리 줘!”
“아니야, 내 거야!”
문밖에서 꼬맹이 둘이 전쟁 중이다. 나는 방문을 세게 열어젖히고 소리쳤다.
“조용히 안 할래! 언니 공부하잖아!”
“엄마! 언니가 우리한테 화내.”
“셋 다 그만! 그리고 강미주. 너는 언니가 돼서 동생들한테 소리 지르면 어떡해, 잘 달래야지.”
맨날 엄마한테 일러바치기만 하는 꼬맹이들. 그래, 엄마도 항상 저 꼬맹이들 편이지.
“흥, 누가 동생 갖고 싶댔어?”
“말하는 거 하고는. 엄마 나가야 되니까 동생들 밥 좀 챙겨줘. 알았지?”
“쟤네 이제 혼자 잘 먹잖아. 배고프면 알아서 찾아 먹겠지. 나 공부해야 돼. 내년에 수능 망치면 엄마가 책임질 거야?”
“여섯 살짜리 애들이 어떻게 혼자 챙겨 먹니. 언니니까 좀 챙겨줘, 아니면 차려주기만이라도 해.”
엄마는 할 말만 하고 현관을 나섰다.
왜 나보고 다 해주라는 거지? 언니니까 동생한테 뭐든 다 해줘야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일요일이라 집에서 공부만 하려 했는데 꼼짝없이 쌍둥이를 돌봐야 하는 신세라니. 엄마는 내가 고2인 것조차 잊은 모양이다.
올해 여섯 살이 된, 1분 차이 일란성 쌍둥이 강미소 강미래. 쌍둥이라 상대하려면 힘이 두 배로 든다. 오늘도 이 쌍둥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나, 에휴.
“언니, 나 배고파.”
미소가 방문을 열었다.
“나도.”
연이어 미래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침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배고프대. 조금만 참아. 이따 줄게.”
“조금이 몇 시까지인데?”“…1시.”
“배고픈데 어떻게 기다려!”
“맞아, 지금 줘! 엄마는 배고프다고 하면 그냥 준단 말야.”
미소와 미래가 합창으로 칭얼거린다.
“언니 말 안 들을래? 밥 안 준다!”
쌍둥이들이 “흥” 하고 방에서 나갔다. 쟤네는 내가 꼭 화를 내야 말을 듣는다. 진작 들으면 좀 좋아?
나는 쌍둥이가 마음에 안 든다. 항상 나에게 쏟아졌던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쌍둥이가 태어난 다음부터는 온통 쌍둥이에게로 쏠렸다. 나에게 돌아오는 말은 “언니니까”라는 말뿐.
부모님의 관심을 받기 위해 나는 부단히 노력했다. 공부도, 운동도, 미술도, 음악도 뭐든지 열심이었다. 하지만 내가 명문고에 합격하던 날, 엄마는 그저 “잘했다”고만 했다.
♪♬~
엄마 전화다.
「어, 왜?」
「밥 먹었어?」
「아직. 1시에 먹으려고.」
「1시? 너무 늦는 거 아니야? 미소랑 미래는? 배 안 고프대?」
「아, 내가 이따 준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어.」
「12시에 밥 먹여, 배고프겠다. 그리고 미소랑 미래한테 뭐 먹고 싶은 것 없냐고 물어봐 줄래? 엄마가 집에 들어갈 때 사 가게.」
울컥했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미주야, 너 울어?」
「나는?」
「어?」
「나한테는 왜 안 물어봐? 나는 딸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아빠는 쌍둥이만 생각하잖아. 내가 다치면 조심 좀 하고 다니라고 뭐라 하면서 쌍둥이가 다치면 엄청 걱정하고. 이제 나는 소중하지도 않지?」
「미주야….」
「그리고 왜 내가 다 해야 돼? 나도 힘들어. 하루쯤 쉬고 싶고 친구들이랑 놀러 나가고 싶은데 참고 공부한다고. 다른 엄마들은 공부에 방해될까 봐 눈치 본다는데 엄마는 왜 나 못 시켜서 난리야? 맨날 미소 미래, 미소 미래!」
「미주야, 엄마는….」
「됐어, 끊어. 쌍둥이 뭐 먹고 싶은지는 문자로 보낼게.」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 싫다. 쌍둥이도, 엄마 아빠도. 공부만 해도 머리 아픈데, 엄마는 엄마대로 쌍둥이는 쌍둥이대로 나를 괴롭힌다.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거실이 조용하다. 얘네가 웬일로 조용해? 사고 쳤나? 아니야. 지들도 눈치가 있어서 그러겠지. 잠이나 자자.
나는 알람을 설정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12시 알람이 울렸다. 미소와 미래가 싫지만 어쩔 수 없다. 언.니.인 내가 챙겨줘야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을 나갔다. 어? 없다! 거실에 있어야 할 미소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숨바꼭질하나 싶어서 안방을 열었다. 없다. 쌍둥이 방을 열었다. 없다.
“미소야! 미래야!”
마음이 덜컥했다. 화장실도 베란다도 찾아봤지만 쌍둥이는커녕 그림자조차 없었다.
“야, 강미소 강미래! 빨리 안 나와?”
장난치는 거야? 진짜 밖에 나간 거야? 길 잃으면 어쩌려고!
♪♬~
휴대폰 벨이 울렸다. 옆집 사는 소라 언니다.
「어, 언니.」
「미주야. 네 동생들 어디 가?」
동생들?
「어디 가냐니? 거기가 어딘데?」
나는 급히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니, 도서관 가는데 동생들이 막 뛰어가더라고.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조그만 것들이 뭐가 그렇게 바쁜지 대답도 안 하고 가버리더라.」
「어디 도서관이야?」
「쌍둥이들 다니는 어린이집 근처 도서관. 어린이집 쪽으로 가는 것 같던데?」
「언니, 고마워.」
전화를 끊자마자 어린이집 쪽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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