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와의 거리 下

가족 일기 대회 시상식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정혜가 급하게 달려오더니 호들갑이다.
“박해나! 대박, 대박!”
“왜?”
“오늘 시상식 있는 날이잖아!”
“근데?”
“너네 가족 일기가 대상으로 뽑혔다는데?”
“뭐? 어떻게 알았어?”
“오다가 교무실에서 선생님들끼리 얘기하는 거 들었지. 이따 점심시간 이후에 시상식하고 1층에서 전시회 연대.”
내가 대상이라니. 기뻐서 소리 치고 싶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에 앉았다.
딩동댕동.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학우 여러분께서는 점심시간 이후 강당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점심을 먹고 강당으로 들어갔다. 강당은 일찍 온 학생들로 시끌벅적했다.
“아-아, 정숙! 이번 가족 일기 대회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는데요. 모든 선생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셔서 투표한 결과, 몇 명의 학생의 작품이 선별되었습니다. 먼저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고 시상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차렷, 교장 선생님께 경례.”
“에,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자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일기에 적었던 가족과의 소소한 일상들이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지금부터는 가족 일기 대회 시상식이 있겠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호명하는 학생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동상 2학년 1반 김진아, 은상 1학년 9반 오혜원, 금상 3학년 3반 한예진 학생. 모두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동상, 은상, 금상을 수상한 학생들이 차례대로 교장 선생님께 인사하고 내려왔다. 정말 내가 대상일까? 심장이 두근댔다.
“마지막으로 대상은….”
전교생이 침묵했다.
“2학년 7반 박해나 학생입니다. 큰 박수로 축하해주세요!”
정혜 말대로 내가 대상이었다. 나는 강당 앞으로 걸어갔다. 전교생의 시선이 내게 쏠렸고, 친구들은 나를 축하해줬다.
“위 학생은 교내 가족 일기 대회에서 우수한….”
좋아서 웃음밖에 안 났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일기는 상 받을 만한 이유가 없다. 내가 왜 대상으로 뽑혔는지 이해가 안 간다.
시상식이 끝나고 전시된 일기를 보기 위해 정혜와 1층으로 갔다. 내 일기장과 엄마 일기장 중 몇 편이 크게 출력되어 있었다. 먼저 와서 엄마와 나의 일기를 읽은 선생님들과 몇몇 애들이 훌쩍이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엄마의 일기를 읽어 나갔다.




코끝이 찡했다. 엄마가 지금 같이 있었다면 나는 미안해서 엄마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을 거다.
사람들이 말하는 엄마의 사랑이 바로 이런 것일까? 내가 기분에 따라 엄마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며 거리를 둘 때에도, 엄마는 변함없이 내 곁에 있었다.
친구들이 좋은 엄마를 둬서 좋겠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하길 잘했다. 이런 엄마를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엄마가 자랑스럽다.
오늘 받은 상은 순전히 엄마 덕분이다. 집에 가자마자 엄마한테 상장을 줘야겠다. 엄마 소원대로 요리하는 법도 배워서 꼭 엄마에게 근사한 식사를 만들어주고 싶다.
엄마와의 거리를 다시 재본다. 내 삶에 엄마가 빠진 적이 없다. 나에게도 엄마가 전부다. 오늘부터 엄마와 나와의 거리는 0㎝다. 앞으로도 쭉.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