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블은 언제나 밝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지.’
‘험블은 언제나 밝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지.’
“아악! 왜 자꾸 생각나는 거야!”
샤인은 날이 갈수록 짜증이 늘었어요. 험블 옆에 있으면 자신의 빛이 초라해 보였거든요. 험블이 밉고, 브라이트 할아버지도 보기 싫었어요.
“다 마음에 안 들어! 내 빛은 왜 이리 볼품없는 거야?”
샤인이 씩씩거리자 험블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어요.
“아니야, 너는 항상 아름답게 빛나는걸? 그러지 말고 브라이트 할아버지 이야기 들으러 가자. 오늘 엄청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했어.”
“너야 할아버지 이야기가 재밌겠지. 할아버지가 너만 예뻐하니까!”
“무슨 말이야? 할아버지는 우리 은하의 별들을 지도하시는 분이야. 모든 별을 아끼신다고.”
샤인은 험블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주위 별들은 불평불만만 하는 샤인과 함께 있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샤인은 점점 친구도, 빛도 잃어갔지요. 험블만이 곁에 남아 샤인을 걱정해 주었지만, 샤인은 짜증을 내며 달아났어요. 그리고 결심했어요.
‘여기를 떠나겠어! 그래서 내가 가장 밝은 별이 되는 거야.’
샤인은 우주 한복판을 향해 나갔어요. 그런데 우주 공간은 너무 컴컴해서 길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대체 어디로 가야 되는 거야. 여긴 너무 추워. 별빛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 너는 샤인 아니냐!”
“아저씨!”
지난번에 만났던 낯선 별이었어요.
“아저씨 말대로 은하에서 나왔는데 길을 잃어버렸어요.”
“아이고, 이런. 나를 만나서 참말로 다행이다. 그럼 네가 머무를 우주 공간을 찾을 때까지 나와 같이 가는 건 어떠니?”
“당연히 좋죠! 그런데 여기 다른 은하로 가는 길 맞아요? 너무 컴컴하고, 으스스하고, 별들이 하나도 안 사는 것 같아요.”
“하하하! 네가 이런 데를 처음 와봐서 그런 거야. 아저씨가 옆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나만 잘 따라오너라.”
샤인은 낯선 별을 따라다니기로 했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주위가 더 어두워지고 강한 바람까지 불었어요. 바람이 샤인을 자꾸 끌어당기는 것 같았어요.
“아저씨, 우리 여기 말고 다른 길로… 헉!”
샤인이 말하는 사이, 강한 바람이 낯선 별의 빛을 빨아들였어요. 아니, 빛으로 치장한 옷이 날아갔어요. 낯선 별의 진짜 모습은 새까맣고 흉측했어요.
“낄낄. 어리석은 것! 네가 정말 가장 밝은 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아저씨가 앞잡이 별이라니? …저 돌아갈래요!”
“이미 늦었다. 저기 앞에 어둠의 소용돌이가 보이지? 너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어. 너의 빛도, 기억도 모두 빨려 들어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거야. 낄낄낄.”
“도와주세요! 누가 좀 살려주세요!”
“너 진짜 어리석구나. 여기에 누가 와서 널 도와주겠니? 여기 있던 별들은 이미 블랙홀 속에 있는데.”
블랙홀은 시커먼 입을 벌리고, 무서운 속도로 샤인을 잡아당겼어요. 앞잡이 별까지 샤인을 블랙홀 속으로 떠밀었어요. 샤인은 안간힘을 썼지만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버티기 힘들었어요. 정신이 희미해져갔어요. 그때였어요.
“샤인!”
험블과 브라이트 할아버지 그리고 많은 별들이 샤인에게 달려오고 있었어요. 별들은 블랙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서로의 손을 꼭 잡았어요. 맨 앞에 선 브라이트 할아버지가 힘껏 손을 뻗어 앞잡이 별을 밀치고, 샤인의 손을 잡았어요. 그러자 모든 별이 있는 힘을 다해 브라이트 할아버지와 샤인을 잡아당겼어요. 앞잡이 별은 그대로 블랙홀 속으로 사라졌지요.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샤인은 험블과 브라이트 할아버지를 보고 눈물을 왈칵 쏟았어요.
“엉엉. 내가 너무 바보 같았어. 가장 밝은 별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엉엉. 할아버지, 죄송해요.”
“얘야, 괜찮다, 괜찮아.”
할아버지는 샤인을 토닥여 주었어요.
“샤인, 빛을 내는 건 우리 별들의 사명이자 숙명이란다. 당연히 가장 밝은 빛을 내고 싶겠지. 그런데 말이다, 빛이란 건 우리 마음에 달린 거야.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빛이 밝아지기도 하고 흐려지기도 하지.”
“저 다시 빛을 내고 싶어요. 맑고 영롱한 빛을요.”
“걱정하지 말거라. 감사하는 마음, 양보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아름다운 빛을 발하게 될 테니.”
“샤인, 네가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나도 도울게.”
“고마워, 험블.”
샤인은 할아버지, 험블과 친구들 모두에게 고마웠어요.
“그런데요, 다들 저 하나 구하러 온 거예요? 너무 위험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네가 나의 이야기 시간 하나를 땡땡이 부렸더구나. 그래서 잡으러 왔지.”
“앗, 죄송해요. 할아버지.”
“허허.”
할아버지의 웃음에 샤인과 모든 별이 웃었어요.
“샤인, 별들은 각자의 빛도 중요하지만, 다 함께 어우러져야 어두움을 빛으로 수놓을 수 있단다. 그 모습은 별 하나만 빛날 때보다 더 아름답지. 그래서 우리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소중한 거야. 우리 은하의 별들은 언제나 함께 반짝였으면 좋겠구나.”
샤인은 할아버지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겼어요.
어느새 샤인은 잃어버렸던 빛을 되찾았어요. 샤인은 매우 기쁘고 행복해서 험블의 손을 잡고 방방 뛰어다녔어요.
“험블, 나 이제는 아름다운 별이 될 거야. 겉으로만 현란한 빛을 내는 별이 아니라 마음까지 빛나는 그런 별.”
“그래, 우리 오래오래 밝게 빛나는 별이 되자!”
이후로 밤하늘에서는 총총히 박힌 작은 별이 언제나 밝게 반짝였어요.

“이야기 끝! 엄마 이야기 어땠어? 현이 자니? …호호, 예쁘게도 자네.”
현이는 꿈을 꾸고 있었어요. 샤인, 험블, 브라이트 할아버지와 수많은 별들이 만든 눈부신 은하수를 건너는 꿈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