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현이는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신기해합니다. 현이는 궁금한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아이랍니다.
“엄마, 그런데 별들 중에는 더 반짝거리는 별도 있고, 빛이 흐린 별도 있어요!”
“우리 현이가 좋은 걸 발견했구나. 맞아, 보통은 별이 지구와 가까우면 더 밝게 보이고, 멀면 흐리게 보이지. 그런데 별들의 밝기가 다 똑같은 게 아니야. 별마다 밝기가 달라서 아주 밝은 별은 멀리 있어도 잘 보이고, 빛이 흐린 별은 가까이 있어도 잘 안 보일 수도 있어.”
“와, 신기해요.”
“참, 현아. 혹시 험블과 샤인이라는 별 이야기 들어본 적 있니?”
“아뇨. 뭔데요? 들려주세요!”

옛날 아주 먼 옛날, 밤하늘에 험블과 샤인이라는 아기별이 살았어요. 아기별들 옆에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환한 빛을 내는 브라이트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브라이트 할아버지는 별들이 밝은 빛을 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혜를 전해주고, 아기별들을 잘 보살펴 주었죠.
브라이트 할아버지가 우주의 질서에 대해 알려주는 날이었어요. 많은 별들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여들었어요. 험블과 샤인도 할아버지에게 갔어요.
험블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생각에 설렜어요.
“샤인, 오늘 브라이트 할아버지가 해주시는 말씀은 정말 재밌을 것 같아.”
“너는 재미도 없는 공부를 하러 가면서 뭐가 그렇게 좋아?”
샤인은 할아버지 이야기가 지루하기만 했어요.
“재미없긴, 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이잖아.”
브라이트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험블은 할아버지 말씀을 잘 새겨들었지만, 샤인은 듣는 둥 마는 둥이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말했어요.
“여러분, 혹시 블랙홀에 대해 들어봤나요? 블랙홀은 별들을 빨아들이는 무시무시한 존재랍니다. 우주의 질서를 흔들어버리죠. 이 블랙홀로 별들을 인도하는 못된 앞잡이 별들이 있어요. 다른 별들을 시기하고 미워하다가 빛을 잃어버린 별들인데, 빛나는 옷으로 어둠을 가리고 있답니다. 그들에게 속거나, 잘못해서 우주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어요. 부디 블랙홀과 앞잡이 별을 조심하세요.”
할아버지는 별들에게 신신당부했어요.
공부가 끝난 후, 험블은 샤인에게 말했어요.
“오늘 들었던 블랙홀 이야기는 무서웠어. 블랙홀에 빠지지 않도록 앞잡이 별을 조심해야겠어.”
샤인은 콧방귀를 뀌었어요.
“흥,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야.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샤인이 혼자 낮잠을 잘 때였어요. 누군가 샤인을 깨웠어요.
“에잇, 누구야?”
“아이고, 미안하다. 길 좀 물어보고 싶은데, 여기 별이라고는 너밖에 안 보여서….”
“어… 아저씨는 누, 누구세요?”
“나는 저 멀리 아벨 2744 은하단에서 온 별이란다. 사실 그곳에서 나는 가장 밝은 빛을 갖고 있지.”
샤인이 잠을 깨고 낯선 별을 바라보니 낯선 별은 정말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은하에 작지만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있더구나. 그 별을 만나고 싶어서 여기까지 힘들게 왔지. 얘야, 혹시 아름답게 빛나는 작은 별이 누군지 아니?”
“아름답게 빛나는… 작은 별이요? 아하, 아무래도 저인 것 같은데요. 밝은 빛이 난다고 이름도 ‘샤인’이거든요.”
“아닌데…. 분명 너보다 더 빛나는 별이 하나 있었단다.”
“에이, 저만큼 빛나는 작은 별이 어디 있겠어요?”
마침 험블이 은하수 사이를 지나고 있었어요.
“그래! 저 별이야!”
“험블이요?”
“저 별 이름이 험블이니? 무척 아름다운 빛을 가졌구나. 험블은 언제나 밝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지.”
샤인은 자기보다 험블의 빛이 더 아름답다는 말에 화가 났어요.
“아니에요! 제가 험블보다 밝은 빛을 낸단 말이에요!”
“이런, 내 말에 기분이 상했구나. 미안하다. 너도 물론 밝은 빛을 가졌단다.”
샤인은 화가 나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어요.
“흠…. 너는 밝고 아름다운 별이 되고 싶은가 보구나. 그렇지?”
“어떤 별이 밝은 빛을 안 내고 싶겠어요?”
“그럼 내가 사과의 뜻으로 가장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대신 이건 비밀이야. 아무한테도 말해서는 안 돼.”
“뭔… 데요?”
“말 안 할 거지?”
샤인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좋다. 그 방법은 바로 이 은하를 떠나는 거란다.”
“네? 여기를 떠나라고요?”
“그래. 이 은하를 보니 놀라운 광채를 내는 큰 별이 있더구나.”
“아마 브라이트 할아버지일 거예요.”
“그래그래, 암튼 그 별이 너의 빛을 가리는 존재야. 원래 그렇게 크고 밝은 별이 옆에 있으면 자기 빛을 내기가 힘든 법이지. 빨리 이 은하 밖으로 나가서 자신만의 빛을 키워야 해.”
“하지만 험블은 언제나 영롱하게 빛난다면서요.”
“내 생각에는, 그 브라이트라는 할아범이 험블에게만 빛을 비춰주는 것 같아. 그 빛을 받아서 더 밝게 빛날 수 있도록 말이지. 할아버지가 험블을 특별히 예뻐하지는 않니?”
“뭐… 험블이 항상 할아버지 말씀도 잘 듣고 그러긴 하죠.”
“역시 그렇구나. 샤인, 내가 한 말을 잘 생각해 보거라. 난 이제 가봐야겠다. 다시 만날 때는 네가 휘황찬란한 별이면 좋겠구나.”
낯선 별은 눈부신 빛을 내뿜으며 사라졌어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