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나무에 걸터앉았어요. 아,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어두운 그림자는 뭘까요? 앗, 매다!
멍하니 있느라 매가 오는 줄도 몰랐어요.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전속력을 내보지만 몸이 평소 같지 않아요. 윽, 매가 제 꼬리를 할퀴었어요. 저기 집이 보이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이제 저는 끝인가 봐요.
퍽.
“예끼, 물러가라!”
주인님이에요! 주인님이 매를 향해 돌을 던지고 계세요! 매는 돌을 맞고 휘청거리더니 도망가 버렸어요.

“놀랐지? 그래도 무사해서 천만다행이다. …훈련이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미안하다.”
‘제가 죄송해요, 주인님.’
제 자리로 돌아오자 옆자리 친구가 저의 다친 꼬리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다쳤어?”
“나무에서 쉬다가 매를 만났어. 주인님 덕분에 가까스로 살았지.”
“정말 다행이다. 저기… 있잖아. 계속 물어보고 싶었는데, 너 요즘 무슨 문제 있어? 말도 없고, 힘도 없고, 잘 날지도 않고.”
“…너는 왜 전서구가 되고 싶어?”
“갑자기 그런 질문은 왜 해?”
“그냥. 다른 비둘기처럼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해도 좋잖아.”
“그래, 그것도 좋지. 그런데 난 전서구는 좀 특별하다고 생각해. 전서구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소식을 대신 전해주잖아. 나는 소식을 전하는 사람의 설레는 얼굴, 소식을 받는 사람들의 기쁜 표정을 보고 싶어. 그냥 비둘기로 살아간다면 편하겠지만, 사람들의 그런 표정을 보면서 느끼는 기분이란… 아무나 느끼는 건 아닐 거야.”
“멋지다.”
“왜 그래? 너도 엄마 아빠 뒤를 이어 최고의 전서구가 되고 싶다며. 넌 재능도 충분히 있어. 뭐 때문에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만 힘내.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괴롭혀도 좋으니까.”
“쿡쿡. 고마워.”
“이제 그만 자자. 특히 넌 푹 쉬어야 해.”
“알았어, 잘 자.”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전서구. 맞아요, 제 꿈은 전서구예요!

주인님의 정성스러운 간호를 받으며 저는 금방 기력을 되찾았어요. 그리고 훈련을 잘 수행한 끝에 드디어 전서구가 되었답니다.
멀리까지 편지를 전하려면 보통 힘든 게 아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아요.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주인님이 반갑게 맞아주세요. 그럼 피로가 확 날아가는 것 같아요. 친구들과 모여 누구에게 어떤 소식을 전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이죠.
여전히 위험은 있어요. 호시탐탐 노리는 매에, 더 편한 삶이 저를 유혹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알아요.
오늘도 저는 누군가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힘차게 날아올라요. 여러분은 어떤 소식을 전하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