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숙제


여름방학을 맞으니 초등학생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방학이 되면 시골에 가서 물놀이나 낚시를 하고 또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서 신나게 놀 생각에 무척 설레고 기뻤거든요. 하지만 방학 숙제가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많은 숙제를 언제 다하지!’ 하는 생각에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놀자고 부르면 ‘에이 첫날인데 뭐. 좀 놀다가 하지’ 하며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런데 그게 첫날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계속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학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을 때에야 부랴부랴 미뤄둔 숙제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는 하나의 방학 숙제가 더 생겼습니다. 매일 조금씩 성경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게으른 제 습관을 고쳐주기 위해 엄마가 방법을 쓰신 것이지요. 저는 큰 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지만 미루는 일이 이미 습관이 되어 버려 잘 실천이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엄마가 집에 돌아올 시간에 맞춰 급하게 과제를 하기 바빴으니까요. 하루를 보람되고 알차게 보내라는 엄마의 말은 뒤로한 채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저의 생활이 엄마에게 모두 들키고 말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집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엄마가 생각보다 일찍 돌아오신 것입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엄마는 제게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지 적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저는 좀 유익해 보이는 일들을 거짓말로 부풀려 적었습니다. 엄마는 저의 거짓말을 금세 알아차리시고는 크게 꾸짖으셨지요. 그동안 엄마에게 “앞으로 잘할게요, 절대 안 그럴게요” 했던 다짐들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숙제를 하지 않아 엄마에게 들은 꾸지람은 영혼을 위한 숙제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우리 영혼을 위한 숙제도 있으니까요. 형제자매와 화합하고 사랑하기, 고운 말 쓰기, 말씀 공부 그리고 친구들과 주변의 이웃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하나님께서 교훈해 주신 모든 말씀이 다 우리들이 반드시 해야 할 숙제이지요. 그동안 저는 이 말씀들도 잘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방학 숙제처럼 ‘다음에 행하지 뭐’ 하며 미룰 때가 많았거든요.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이 제게 교훈이 되어 제 믿음을 붙들어 주고 있습니다. 그 후 게으름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기도하며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영어 알파벳 B와 D 사이에는 C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선택(Choice)이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많은 선택을 하며 사는 게 삶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아직 어려 이 말의 참뜻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공감이 됩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삶의 결과가 달라질 것 같거든요.
방학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영육 간 숙제를 온전히 마무리 짓고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학생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부지런히 실천하는 자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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