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제가 세 살 무렵부터 하나님의 교회에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와 언니가 하나님의 자녀답게 자라기를 항상 바라셨습니다.
하지만 이런 엄마의 바람과는 다르게 저는 그저 규례만 지키면 되겠지 하는 마음이 커서 예배가 마쳐지면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가기 바빴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온 식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고 가끔 참석하는 학생 모임은 어색하고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어 참석한 학생부 모임에서 형제자매님들이 저를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겁니다. 그 따뜻함에 서서히 마음이 녹아 저도 차츰 바뀌어 갔습니다. 조금씩 식구들과 어울리면서 성경 말씀을 공부하고 다른 형제자매님을 위해서도 함께 기도드렸습니다.
그리고 여름 캠프에 참가해 식구들과 함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예전에 엄마와 봤을 때도 고난당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 많이 울었는데요, 다시 보니 한 장면 한 장면이 새롭게 다가오며 마음이 더욱 아팠습니다.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시려는 하나님의 사랑이 깨달아지고 그 사랑에 과연 무엇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식구들에게 조금만 섭섭한 마음이 들어도 ‘저 식구는 저렇고, 이 식구는 이렇고’ 하며 혼자 판단했는데, 하늘 아버지께서는 당신을 때리고 모욕하는 사람들까지도 한없이 불쌍히 여기시며 기도하셨습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하늘 어머니의 교훈처럼 ‘형제자매들의 허물까지도 감싸줄 수 있는 바다같이 넓은 마음’을 실천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묵은 차가운 말투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단짝으로 지내던 친구가 성경 말씀을 깨닫지 못할 때도 안타까운 마음과는 다르게 “이렇게 확실한 말씀을 왜 못 깨닫냐?”며 차갑게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런 제게 식구분들은 친구에게 더 따뜻이 대해주라고 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식구들의 말대로 하려고 노력하며 친구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할 수 있도록 기도드렸습니다. 친구는 한 번 두 번 시온에 오더니 가랑비에 옷이 젖듯 영혼의 이치를 깨달아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친구가 하나님을 깨닫는 시간 동안 저의 모난 모습도 함께 다듬어주셨습니다.
‘방과후 수업’을 함께하던 친구에게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예의도 바르고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는 친구라 함께 교회에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도를 드렸는데, 하루는 방과후 수업을 마치고 함께 문구용품을 사러 가게 된 것입니다. 문구점 옆에 시온이 있어 그날 친구와 함께 시온에 들를 수 있었습니다. 시온에 온 친구는 성경 말씀을 들으며 흥미로워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갑자기 시온에 오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친구가 하나님을 깨닫게 되길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동안 우리 교회에 대한 비방의 말을 듣고서 마음이 닫혔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와 대화하면서 오해가 풀린 친구는 다시 시온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오직 성경 말씀만을 기준 삼아서 믿음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나 교회 가는데 같이 갈래?”라는 한마디에 흔쾌히 시온에 온 친구도 있습니다. 성경 말씀을 살펴보며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친구와 함께하면서 저 역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성경 말씀을 더욱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열매들을 통해서 저의 부족한 모습을 하나씩 바꿔주셨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믿음을 굳게 지키는 친구, 비방의 말에 흔들렸다가 다시 돌아온 친구들을 통해 더욱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아 ‘어머니 교훈’에 저를 비춰보며 혹시라도 하나님의 말씀과 다른 모습은 없는지 뒤돌아봅니다.
사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시온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많이 달랐습니다. 시온에서는 뭐든지 기쁘게 솔선수범하면서도 집에서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나 하나님의 자녀답게 선한 행실을 행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이지 않는 가운데 늘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 식구분에게 제사장의 축복에 대해 들었습니다. 구약시대에는 하나님 계신 성소에 오직 제사장들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 우리가 성전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은 하늘의 왕 같은 제사장의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제가 만일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성전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을 테지요. 그럼 하나님과 함께할 수 있는 축복을 누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시대에 태어나게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도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하기만 한 제게 교회 역사관 방문을 허락해주셨습니다. 그때 하늘 어머니께서는 학생인 저희들을 ‘시온의 청년들’이라고 불러주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예언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벅찼습니다. “주의 권능의 날에 주의 백성이 거룩한 옷을 입고 즐거이 헌신하니 새벽이슬과 같은 주의 청년들이 주께 나오는도다(시110:3)”라는 성경 말씀은 그동안 어린이도 청년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한 걸음 뒤로 빠져 있던 저의 마음을 일깨웠습니다. 하늘 어머니께서는 저희의 어리고 작은 외모를 보지 않으시고 장차 하늘의 후사가 될 왕 같은 제사장으로 대해주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여건과 상황이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라고 주신 선물로 생각하며 늘 감사만 드리겠습니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 제가 깨닫기까지 함께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