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에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야간자율학습에, 중학교 때보다 몇 배 늘어난 숙제와 수행평가 때문에 1년 동안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그날은 월요일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나처럼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의자가 흔들리길래 친구가 장난하는 줄 알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제 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의자가 균형이 안 맞나 싶어서 의자를 살피려다 주변 친구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 직감했습니다. 제가 느낀 떨림은 의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지진이었습니다!
저와 친구들은 놀라서 동시에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바로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1위는 ‘지진’이었습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습니다. 생전 처음 느낀 지진이라 무서웠고, 가족들이 옆에 없어서 더 무서웠습니다.
아빠는 퇴근하고 집에 잘 도착하셨는지, 엄마는 괜찮은지 걱정됐습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저절로 기도가 나왔습니다. 저와 친구들, 가족들, 그 누구에게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요.
다행히 지진은 큰 피해 없이 지나갔고,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차츰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일들이 계속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외동딸이면서도 부모님께 잘해드리지 못한 일, 형제자매님들을 사랑하지 못한 일, 친구들에게 하나님의 말씀 알려주기를 주저한 일….
그날 이후, 집에서는 귀여운 딸, 시온에서는 자매님들을 잘 챙기는 든든한 학생이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친구들에게는 교회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사실 중1 이후로 친구들에게 용기 있게 말씀을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위험했던 그때 하나님을 모른 채 두려워하는 친구들을 보고 달라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학교에 저를 보내신 뜻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친구들에게 우리 교회를 자랑하고, 행사에 초대하고, 성경 말씀도 설명해 줍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순간에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고, 전할 수 있을 때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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