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체력이 떨어졌다. 쉽게 피곤해지고 금방 지치는 나를 보고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지금은 반에서 체력 꼴찌다. 가장 마음 아파하는 사람은 엄마다. 엄마가 밥을 잘 챙겨주지 못해서 그렇다며 한숨을 푹푹 쉬신다.
엄마랑 같이 밥 먹을 시간이 없기는 하다. 엄마가 출근하는 시간에 나는 자고 있고, 엄마가 퇴근하는 시간에 나는 학원에 있다. 그래도 엄마는 밥과 반찬을 해놓으신다. 냉장고에서 반찬만 꺼내 먹으면 되지만 내가 잘 차려 먹지 않는다. 몸 챙기라고 지어주신 한약도 써서 잘 안 먹는다. 밥을 안 먹은 것도 나고, 한약을 안 먹은 것도 나인데 엄마는 자꾸 본인 탓만 하신다.
내가 영어 시험을 망쳤을 때도, 다른 친구들보다 내 키가 작은 것도, 친구가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서 부러워할 때도 엄마는 자기 탓이라고 미안해했다. 엄마가 더 챙겨주지 못해서, 엄마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나는 우리 엄마가 자랑스럽다. 3남매를 키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없이 주고도 늘 부족해하고, 자녀 앞에 몸을 낮춰 미안해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 그 겸손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