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구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었지만, 정작 부모님께는 감사할 줄도 모르는 못된 딸이었습니다.
하루는 제 책상 위에 새 학용품이 놓여 있었습니다. 엄마가 사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슬쩍 보고 저만치 치워놓았습니다.
“책상 위에 있는 거 봤어?”
“응.”
상냥히 묻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엄마는 제 주변을 맴돌며 “딸 생각나서 샀어”, “맘에 드니?”, “뭐 또 필요한 거 없니?” 하며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저는 끝까지 묵묵부답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항상 그랬습니다. 매일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주는 일, 집에서 먼 학교까지 차로 태워주는 일, 어질러진 내 방을 치워주는 일…. 저는 이 모두를 엄마의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이고 고마워하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해줬던 모든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저에게 말합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요. 왜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엄마를 힘들게 했을까 부끄럽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감사할 줄 아는 딸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