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우면서도 먼 듯하고 알다가도 모를 존재. 바로 부모님이다. 학생 때 공부를 제일 잘했다는 부모님, “내가 학생 때는 이랬다~”며 모든 것이 완벽했다는 부모님.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과연 사실인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취재해 보았다. 누구를? 엄마를!
지금 말하는 모든 이야기는 ≪소울≫에 실린다. 한 치의 거짓 없이 말할 준비 되셨는가?
“(입에 사탕을 넣으며) 알겠다. 그런데 사탕 먹는 건 안 썼으면 좋겠다.”
※엄마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 나이에 무슨 자기소개인가.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밖에 소개할 게 없는, 미현이·서현이 엄마다.
어릴 적 이야기를 간단히 해달라.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에 성격이 너무 왈가닥이었다. 남자애들도 두들겨 패고(?) 다녔다. 국민학생 이후로 때리기는 관뒀다. 중학교 때는 우리 아버지, 그러니까 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것이 제일 큰 사건이다.
어렸을 때 형제 사이는 어땠나?
6남매의 막내였으니 서러운 점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버지는 오로지 내 편이었다. 그래서 어딜 가나 큰소리 떵떵 치고 다녔다.
할아버지가 엄마를 많이 예뻐하셨나.
사실 아들을 낳으려고 하셨는데 딸이 태어난 거다. 뭐, 그때는 그럴 때였다. 아들을 바라던 시대. 그런데도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귀한 자식이라고 따뜻한 물에 씻기시고, 예쁜 옷을 입혀주셨다고 한다. 너무 예쁨받고 자라서 그런가, 나는 어렸을 때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진짜 못생겼었다. 여하튼 아버지가 날 예뻐해 주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학생 때 모든 것을 잘했다는 엄마의 말,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나는 진짜 모범생이었다. 진짜다. 네 외할머니께 물어봐라. 공부는 썩 잘하지 못했어도 탈선 한 번 없던 착한 학생이었다는 것만은 알아달라.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고등학교 때 같이 놀던 친구들끼리 ‘호박클럽’을 만들었다. 못생긴 애들끼리 모였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호박클럽 멤버와 다녔다. 순이, 순자, 매순이, 진주, 경선이…. 지금도 간간이 연락하고 지낸다.
또 한 가지는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 댁에 심부름 갔던 일이다. 선생님이 적은 편지와 일기를 잠깐 봤는데, 반에서 정말 말을 안 듣던 문제아 학생에게 사랑한다고 적어놨더라. 그때는 선생님이 왜 그런 말을 쓰셨는지 이해가 안 갔다. 지금은 선생님의 사랑이 느껴진다. 직접 자식을 키워보니까 예전에 이해 못 했던 부분이 이해가 되더라. 부족하고 모난 아이일수록 더 관심을 줘야 아이가 잘된다. 그 선생님, 꼭 다시 만나뵙고 싶다.
자식을 키우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자식 낳아 보니 알겠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도 많이 느낀다. 어머니에게 나는 아픈 손가락이더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어려운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정이 더 끈끈해졌다. 내가 고3 때 취직하고, 그때부터 어머니가 혼자 외로워하셨다. 잘해드려야 하는데….
엄마의 버릇은 무엇인가?
입술을 잘 뜯는다. 딸들은 승질(!)내는 게 내 버릇이란다(웃음). 사실 성질내는 것보다는 째려보는 걸 더 잘한다. 안 좋은 버릇인데 딸들이 닮은 것 같다.
엄마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내 입으로 장점을 말하라니…. 장점은 잘 생각해서 써달라. 단점은 불같은 성격이 아닐까.
※ 엄마의 장점
1.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닭볶음탕을 만들어준다.
2. 키가 정말 크다. 어떤 분은 엄마는 상체가 길어서 키가 큰 거라며 엄마를 질투(?)했다.
3. 교회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재밌고, 요즘 학생들의 마음을 잘 아는 ‘센스쟁이’라고.
4. 이건 언젠가 엄마가 직접 말한 엄마의 장점인데, 카리스마가 넘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 이유도 궁금하다.
먹는 걸 좋아한다. 먹을 때 즐겁다. 다들 그렇지 않은가. 과일도 좋아하고 김치, 고기도 좋아하고. 딸들하고 같이 먹으면 더 즐겁다. 그래서 말인데, 요즘 에어 프라이어가 그렇게 좋다더라(이하 생략).
잘 꾸미고 다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가씨 때는 잘 꾸몄다. 나이 먹으니까 보기 싫지 않을 정도로만 꾸민다.
딸은 엄마가 꾸미는 걸 좋아한다.
어쩔 텐가. 내 마음이다.
‘이거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하는 것은?
자신 있는 것? 군기 반장 자신 있다. 농담이고, 그러고 보니 내가 뭐가 자신 있더라?
닭볶음탕! 그건 누구나 하는 거고. 아, 성실함이 자신 있었다. 학생 시절, 공부 열심히 하고 자격증도 땄으니까. 지금은? 진짜 모르겠다. 그냥 군기 반장으로 써달라.
딸이 두 명이다. 딸이 있어서 좋은 점은?
같은 성별이라 좋다.
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첫째 딸 미현이는 어릴 때 아주 예뻤다. 지금처럼 말 안 들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둘째 딸 낳을 때는 좀 서운했다. ‘아들이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해서. 헉! 너는 아들 같은 딸이다(웃음). 사실 딸이라 좋다. 공감대가 많아서.
딸들의 장점은?
장점? 단점 이야기하고 싶은데. 단점만 하면 안 되나?
큼…. 딸들의 단점은?
둘째 딸은 쓸데없이 고집이 세다. 안 부려도 되는 고집을 부린다. 그래서 맨날 혼난다. 그런데 의외로 말을 잘 듣는다. 큰딸은 뺀질거리고 말을 안 듣는다. 학교에서 전교 회장 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둘째 딸 김서현이 ≪소울≫에 엄마 이야기를 자주 쓰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광이다. 내 고향도 영광이다. 흠흠. 난 단답형을 좋아하니 여기까지만 하자.
마지막으로 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딸내미들 뒤치다꺼리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런데 딸들이 엄마를 잘 안 돕는다. 이 말 꼭 넣어라! 또 엄마 말 좀 들어라. 잔소리하지 않게 본인이 할 일을 잘해라. 그리고… 우리 가족 다 같이 천국 가자.
매일 집에서 보고 항상 내 곁에 있는 엄마지만, 막상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을 이야기해 보라면 최근에 알게 된 일들이나 나와 관련한 이야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인터뷰는 평소 엄마와 이야기하듯 매끄럽게 흘러갔다. 단답형의 답변이 많았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고향도 영광”이라는 엄마의 센스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평소 볼 수 없었던 진지한 모습에서는 엄마의 속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번 인터뷰는 내가 엄마를 더 많이 알게 된 기회였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져 종종 엄마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도 분명 그걸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와 다시 가까워진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