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때까지만 해도 힘들어하는 고3들을 이해 못했습니다. 그런데 고3이 되고 보니 저 역시 힘들어졌습니다.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가 없을지, 진로를 고민하다 보면 기운이 쭉 빠졌죠. 이런 제 마음을 아무도 몰라준다는 생각에 더 힘들었습니다.
누가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만 같던 날이었습니다. 저보다 다섯 살 어린 형제님이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형제님, 요즘 힘들어 보여요. 제가 예전에 강연에서 들은 건데요, 그 사람도 형제님이랑 비슷한 나이에 진로 고민을 많이 했었대요. 그때 그 사람은 ‘기회는 빗방울처럼 많이 있으니까 그 기회들 중 하나를 잡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대요. 그러니까 우리 같이 힘내요. 헤헤.”
울컥했지만 눈물을 꾹 참았습니다.
힘을 얻은 저는 ‘아직 기회는 많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월하게 진로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값진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시온의 형제자매님들은 그저 교회에 같이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나의 가족이라는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저를 격려해준 형제님, 제가 힘든 것을 알고 응원해 준 학생들과 청년들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저는 오늘도 시온으로 향합니다. 저의 형제가 있고, 자매가 있는 우리 집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