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진

엄마가 외갓집 식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을 때, 엄마는 돈도 없고 할 일도 많아 귀찮다 하시면서도 뭘 입을까 계속 고민하셨다. 그 모습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여행을 다녀오신 뒤에는 며칠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며 여행지에서의 추억들을 회상하셨다.
사실 엄마는 결혼 후로 제대로 된 여행을 가지 못하셨다. 오빠와 나를 낳아 기르고, 우리가 커서도 아빠 사업을 도우시느라 바쁘고 힘든 생활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엄마의 젊을 적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유행에 따라 앞머리를 말아올리고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땋은 엄마는 내가 아는 엄마가 아니었다. 사진 속 엄마는 제철에 핀 꽃처럼, 제철에 열린 과일처럼 아름다웠다.
우리 남매와 마주하는 순간부터 지는 꽃처럼, 말린 과일처럼 서서히 변해갔을 엄마. 나는 자식이라는 권위 속에 엄마의 삶을 갉아먹고 아름다움을 빼앗아갔다. 그래도 엄마는 삶의 모든 방향을 나에게 맞춘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엄마에게 어김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나는, 영원한 철부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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