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냄새겠어, 당연히 마리 냄새지! 봐 봐. 저기 마리 오잖아.”
안녕하세요. 저는 야미라고 합니다. 마리네 집 바로 앞에 사는 개미죠. 저 친구들은 찌르와 깨비예요. 찌르르 찌르르 우는 여치가 찌르고요, 다리만 잡으면 방아를 찧는 방아깨비가 깨비예요. 찌르와 깨비가 눈살을 찌푸리며 노려보고 있는 쇠똥구리가 마리랍니다.
우리는 소 아저씨네 논밭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옆에 살아요. 우리 마을은 다 좋은데, 마리가 저렇게 똥을 굴려 올 때마다 고약한 냄새가 나요. 마리와 오랜 친구인 저도, 마리가 도대체 왜 냄새나고 지저분한 똥을 굴리는지 모르겠어요. 마리가 좀 말이 없는 편이거든요.
앗, 찌르와 깨비가 또 마리에게 시비를 걸어요!
“야, 똥 좀 그만 굴려라. 너 때문에 마을에 똥 냄새가 진동하잖아.”
“그래서 이름이 마리인 거 아냐? 똥말이! 크크, 똥말이 씨! 다른 곤충들을 위해서 똥을 그만 굴리든지, 이 마을에서 나가든지 해.”
오늘따라 찌르와 깨비가 말을 너무 심하게 하네요.
“그만해! 친구를 놀리면 어떡해. 그리고 마리 너도 그만해. 애들이 싫어하잖아. 나는 네가 자꾸 놀림받는 게 속상해.”
“놀림받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 하나도 안 부끄럽다고! 이건 내 할 일이야!”
마리는 버럭 화를 내더니 그냥 집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깨비야, 마리네 집에 있는 똥을 몰래 버려버리자.”
“오! 너 진짜 똑똑하다.”
“안 돼! 너희 진짜 그렇게 하려는 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나쁜 짓이야.”
찌르와 깨비는 제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수군거리다가 풀 사이로 사라졌어요. 쟤네들, 정말 걱정이에요.
“지금 뭐하는 거야!”
집 앞에서 큰 소리가 들려요. 마리 목소리예요. 다들 잠이 든 한밤중에 무슨 일일까요?
저는 마리네로 달려갔어요. 마리가 씩씩거리고 있고, 아… 찌르와 깨비가 보이네요.
“지금 뭐하는 거냐고!”
“어두워서 길을 헤매다 여기까지 들어오게 된 거야. 그치, 깨비야?”
“맞아, 너네 집인 줄 알았으면 얼씬도 안 했을걸? 아우, 냄새.”
“거짓말하지 마! 내가 다 봤어. 내 똥을 버리려고 했잖아!”
결국 찌르와 깨비가 일을 저질렀군요.
“흥, 그래! 버리려고 했다. 그게 뭐 어때서! 다들 똥 냄새 때문에 힘들어 하길래 우리가 나선 것뿐이야.”
“우린 잘못한 거 없어. 다른 곤충들 생각도 좀 해라. 너무 이기적인 거 아냐?”
“…됐어. 지금 당장 모두 내 집에서 나가.”
마리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찌르와 깨비는 몸을 휙 돌려 마리네 집에서 나갔어요.
“마리야….”
“미안하지만 너도 그냥 가줘.”
마리의 이런 모습 처음이에요. 저는 한마디도 못하고 나왔어요.
마리를 보지 못한 지 며칠이 지났어요. 마리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와요.
“야미야, 마리는 어디 있는 게냐?”
마을에서 제일 나이 많으신 장수풍뎅이 할아버지세요.
“그게… 저….”
저는 찌르와 깨비가 저지른 일을 모두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당장 찌르와 깨비를 느티나무 앞으로 불러오거라.”
찌르와 깨비는 울상이 되어 느티나무로 왔어요.
“저희를 부르셨다고….”
“그래, 찌르와 깨비 왔구나. 너희가 며칠 전 마리네 집에 갔었다던데, 사실이냐?”
“저, 저희는 마리가 굴리는 똥을 치우려고 했을 뿐이에요.”
“이곳은 다양한 곤충들이 함께 사는 곳이란다.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야.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힘들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해 주고 감싸줄 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지.”
“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잖아요.”
“맞아요. 걔는 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할아버지는 한숨을 푹 쉬셨어요. 찌르가 저에게 물었어요.
“야미, 넌 알고 있어? 마리랑 오랜 친구잖아.”
“실은 나도 잘….”
“꺅! 할아버지, 큰일 났어요! 오솔길이, 오솔길이….”
깜짝이야! 소리를 지르며 뛰어온 건 오솔길 바로 옆에 사는 메뚜기 포리였어요. 폴짝폴짝 뛰면서 요란 법석이네요.
“무슨 일이냐.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보거라.”
“지금 오솔길에 냄새가 장난이 아니에요. 다들 쓰러지기 직전이에요!”
저기 동바가 날아오고 있어요. 등에 동글동글한 점이 난 동바도 오솔길에 사는 무당벌레죠.
“다들 모여 있네? 할아버지, 마리 보셨어요? 너희 마리 봤니?”
“나랑 찌르한테 삐쳐가지고는 집에서 꼼짝도 안 해. 마리는 왜?”
“마리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무슨 도움?”
찌르와 깨비가 뚱한 표정을 지었어요.
“얘들아, 포리와 동바를 따라 오솔길에 가보려무나. 너희가 직접 보는 게 좋겠구나.”
할아버지 말씀대로 우리는 오솔길로 향했어요. 윽, 오솔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요.
“으악!”
갑자기 찌르가 소리를 질렀어요. 이런, 소똥을 밟았군요.
“에잇, 더럽게 뭐야.”
찌르는 흙바닥에 발을 쓱쓱 비볐어요. 오솔길은 항상 깨끗한데 오늘은 좀 이상하네요.
“몰라서 물어? 마리가 똥을 안 굴리니까 그런 거잖아.”
“뭐?”
“아무리 아파도 오솔길 청소는 빠뜨리지 않던 애가 며칠째 집에만 있다니. 마리 많이 아파?”
마리가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줄 몰랐어요! 찌르와 깨비 얼굴도 굳어졌어요.
“그러게, 큰일이야. 마리가 빨리 나아야 할 텐데. 이대로 두다간 오솔길이 똥 길로 변하겠어. 조만간 파리들이 마을까지 공격해 버릴 거야. 꺅! 난 몰라.”
포리의 비명 섞인 말에 찌르와 깨비 얼굴이 아예 새파랗게 변했네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