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날 때부터 신장이 좋지 않았던 나는 여덟 살 때부터 4년 동안 1년에 두 차례 병원 치료를 받았다. 병이 나면 40도에 이르는 고열과 함께 오한이 들고, 심한 복통에 시달렸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부모님은 이마의 주름이 펴질 날이 없었다. 내 손과 발에 꽂히는 주사 바늘들이 부모님의 마음을 찌르는 가시 같았다. 마음 한구석에는 가족에게 미안함과 속상함이 쌓여갔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 앞에서 씩씩하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하루는 한밤중에 열이 나길래 엄마를 부르려고 고개를 돌렸다. 침대 옆에서 작은 스탠드를 켜고 기도하는 엄마가 보였다. 처음 본 엄마의 기도하는 모습에 울컥했다. 엄마의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싶었지만 마음에 쌓여 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눈물로 터져 나올 것 같아 엄마를 등지고 몰래 눈물을 닦아냈다.
아픈 나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면 아빠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괜찮다. 원래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거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건강하게 고3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그 시절을 하나의 추억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내가 있던 좁은 병실이 아빠에게는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와 쉬는 집이었고, 엄마에게는 딸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는 수다방이었고, 어린 동생에게는 장난감 하나 없는 놀이터였다. 나는 그 안에서 보이지 않는 끈끈한 무언가로 묶여 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보았다. 나를 아프게 하고,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그 고통의 시간이 오히려 우리 가족을 더욱 단단하고 견고하게 하나로 엮어준 것이다.
아빠 말이 맞았다. 아픈 동안 보이지 않는 사랑을 봤고, 그 사랑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아픈 시간이 없었더라면 세상에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이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가족은 나를 성장시키는 힘의 원천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나와 함께하는 가족이 있기에 오늘도 힘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