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길이 울퉁불퉁한 길에게 말을 걸었어요.
“사람들이 안 다녀서 심심하겠다.”
“아니야, 괜찮아. 나는 나무랑 꽃이랑 늘 이야기하거든. 가끔씩 아이들도 와.”
“치, 심심할걸! 난 사람들이 하도 다녀서 심심할 틈이 없어.”
매끈한 길은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내 길 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가. 학교 끝나고 가는 아이들, 승용차에 탄 어른들….”
때마침 매끈한 길 위로 사람들이 걸어왔어요. 매끈한 길은 말을 멈추고 사람들을 맞이했어요. 나무와 꽃들이 소곤거리며 울퉁불퉁한 길을 위로해 주었지만 울퉁불퉁한 길은 마음이 아팠어요.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울퉁불퉁한 길로 우르르 몰려왔어요. 울퉁불퉁한 길은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길가의 나무들을 뽑는 게 아니겠어요! 꽃들도 사람들의 발에 모두 밟히고 말았어요. 울퉁불퉁한 길 위에는 흙만 널브러져 있었어요. 친구들을 잃은 울퉁불퉁한 길은 몹시 슬프고 무서웠어요.
매끈한 길이 말했어요.
“너도 이제 매끈해질 거야.”
“뭐?”
“나도 원래는 울퉁불퉁한 흙길이었거든. 주위에 나무와 꽃들이 늘 함께했지.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나무를 다 뽑아가더니 나를 시멘트로 덮어버렸어.”
“…아. 친구들이 없어져서 외롭지 않았어?”
“처음이야 외로웠지. 이제는 괜찮아. 집들이 생기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까 오히려 더 좋은걸?”
울퉁불퉁한 길은 여전히 슬픔이 가시지 않았어요.

한참 후, 소년은 친구와 함께 울퉁불퉁한 길에 다시 왔어요. 소년은 친구와 같이 뛰어다니거나 흙바닥 위에 그림을 그리고 놀았어요.
“재밌지? 나는 이렇게 튀어나온 곳을 밟으면서 가면 재밌더라. 흙도 푹신푹신해서 좋고.”
“그러게. 난 이 길로 다녀본 적이 없어.”
“원래 나무랑 꽃도 많았는데 없으니까 썰렁하다.”
“그래도 딱딱한 길보다 재밌어. 앞으로 애들이랑 여기 와서 놀자. 여기는 차도 안 다니지?”
“응.”
“헤헤.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겠다.”
그때, 두 갈래 길목으로 한 아주머니와 어린 꼬마 소녀가 들어섰어요.
“엄마, 엄마. 여기로 가자.”
“민지야, 이 길은 울퉁불퉁해서 넘어질 수 있어. 저 길로 가자.”
“싫어, 싫어. 여기로 가.”
“흙길이라 지저분해. 왜 이 길로 가려고 하니?”
“여기에는 꽃도 있고, 나비도 있어.”
“에휴. 그래, 이쪽으로 가자.”
아주머니와 소녀는 울퉁불퉁한 길로 올라왔어요.
“어머, 정수랑 경식이네.”
아주머니가 소년들을 발견했어요.
“안녕하세요.”
엄마 손을 꼭 잡은 꼬마 소녀가 울먹였어요.
“오빠, 꽃들 어디 갔어?”
“여기 있는 나무들을 자르러 사람들이 왔었는데, 그때 꽃들이 다 밟혔나 봐.”
꼬마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소년이 재빨리 친구에게 말했어요.
“내일 여기에 꽃씨 심을까?”
“그, 그래!”
소년들의 말에 꼬마 소녀가 울음을 뚝 그쳤어요.
“와, 정수랑 경식이가 참 기특하네. 민지야, 민지도 꽃씨 심을까?”
“응!”
꼬마 소녀는 활짝 웃었어요. 그리고 소년들이 하던 놀이가 궁금해졌어요.
“오빠들 뭐하고 놀았어?”
“땅따먹기. 먼저 여기에 돌을 던지고… 이렇게 한 발로 뛰어서 끝까지 간 다음… 다시 한 발로 돌아와서… 으차, 이렇게 돌을 줍는 거야.”
꼬마 소녀는 소년이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봤어요.
“민지가 오빠들이랑 놀고 싶은가 보구나? 얘들아, 민지도 끼워줄 수 있니?”
“좋아요. 땅따먹기는 사람이 많아야 재밌거든요.”
“민지네 집은 저희들 집 가는 길에 있으니까, 다 놀고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어머, 고마워라. 민지야, 엄마 먼저 집에 가도 괜찮아?”
꼬마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럼 얘들아, 재밌게 놀다가 해 지기 전에 민지 좀 데려다 주렴.”
“네!”
아주머니는 흐뭇하게 웃으며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