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평범한 일에도 감사하라고 알려주셨다. 하지만 지난날 나는 이 말씀을 그저 하나의 문구로만 여겼다. ‘감사’는 특별한 일이 일어났을 때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그날은 평소와 달리 컨디션도 좋지 않고, 두통이 심했다. 집으로 돌아와 약을 먹고 쉬니 두통이 점점 나아졌다. 새벽 3시쯤, 머리가 심하게 아파서 잠에서 깼다. 나중에는 속도 매스꺼워져서 구토 증상까지 일어났다.
엄마는 해가 뜨자마자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의사의 소견은 단순한 장염이었다. 안심하고 집에 왔는데 밤이 되자 몸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 두통에, 열은 39도까지 올라갔고, 손발이 저렸다.
다음 날,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몇 시간 동안 링거를 꽂고 누워 있는데도 좋아지지 않자 의사는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엄마와 급하게 택시를 타고 큰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서도 확실한 병명을 찾지 못한 채 나는 입원하게 됐다.
병명을 알아내기 위한 갖가지 검사를 받으며 고생스러운 이틀을 보내고 3일째. 마지막으로 받은 검사는 뇌수막염 검사였다. 척수에 주사기를 꽂아 뇌척수액을 뽑는 검사라 무서웠다. 제발 뇌수막염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결과는 뇌수막염. 다행히 바이러스성이라 10일 정도만 약물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며칠간 약물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았다. 어지러워서 눈 뜨고 있는 것조차 힘들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마르지 않았다. 밥은 한 숟가락도 제대로 못 삼켰는데 새벽마다 깨서 헛구역질을 했다.
8일째가 되어서야 뇌압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열도 많이 떨어졌다. 입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내 곁에서 간호해 주던 가족들도 그제야 한시름 놓은 표정이었다.
밥도 전보다 잘 먹고 몸이 점점 괜찮아지면서 나는 활기를 되찾았다. 우연히 병실 창문으로 바깥 풍경을 봤다. 학교에 가는 학생들, 출근하는 직장인들, 쉬지 않고 지나가는 자동차와 버스들이 보였다. 아주 평범하고 아주 사소한 일상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의 모습은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진심으로 고대하던 모습이었다.
내가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 햇빛을 볼 수 있고 흐린 하늘 아래에서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함께 수다를 떨 사람이 있다는 것, 하루도 빠짐없이 아픈 나의 곁을 지켜준 가족들이 있다는 것…. 왜 지금까지 이 모든 것에 감사하지 못했을까?
나는 달라지기로 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감사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물론 한순간에 달라지지 않겠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감사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속에 감사가 가득 쌓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감사드린다. 또 한 번 특별한 하루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