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집 안 대청소를 했습니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려고 앨범들을 꺼냈습니다. 꽤 오랜만에 보는 앨범이라 청소 중인 것도 잊은 채 아예 자리를 잡고 앨범을 펼쳤습니다. 오빠와 나의 어릴 적 모습, 아빠 엄마의 젊은 시절 모습도 있었습니다. 찬찬히 앨범을 넘기다가 어린 시절의 엄마가 마이크를 잡은 사진을 봤습니다. 저는 엄마에게 장난 섞인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엄마, 나보다 노래 못하잖아! 근데 웬 마이크?”
“엄마 어릴 때는 너보다 노래도 잘하고 공부도 잘했어.”
속으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후, 외할머니 댁에 갔습니다. 엄마가 잠시 밖에 나갔을 때 얼른 외할머니께 여쭤봤습니다.
“할머니, 엄마가 어릴 때 노래 잘했다던데 진짜예요?”
외할머니는 작은방으로 저를 데려가시더니 서랍 속에서 낡은 종이 뭉치를 꺼내셨습니다.
“이게 다 뭐예요?”
“너희 엄마가 어릴 때 받은 상장이란다.”
금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등 엄마는 공부, 운동, 노래 등 다방면에서 고루고루 상을 받았습니다.
“네 엄마는 할머니 속을 한 번도 썩인 적이 없었어. 혼자서도 다 잘했지. 정은이가 엄마를 닮아서 노래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나 보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더하기 빼기를 처음 알려준 사람도, 맨 처음 노래를 불러주고 따라 부르게 한 사람도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좀 커서는 내가 엄마보다 뭐든 잘한다고 엄마를 함부로 대한 것 같아 엄마에게 너무 죄송했습니다.
엄마에게서 받은 모든 것들과,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며 저도 엄마 속 안 썩이고 효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