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부터 CPR 실습을 해보겠습니다.”
소방대원의 말에 묘한 긴장감이 몸을 감쌌다. 나는 바닥에 눕혀 놓은 마네킹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깍지 낀 손을 마네킹의 가슴 위에 올렸다. 팔을 수직으로 세운 후, 상체의 힘으로 힘차게 가슴을 압박했다. 마네킹의 허리춤에 보이는 표시기에서는 초록색 선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심장이 잘 압박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소방대원에게 묻자, 소방대원은 장난기 어린 투로 대답했다.
“자세는 좋은데요, 그렇게 하면 환자 갈비뼈 다 부러져요. 좀 살살해보세요.”
옆에서 실습하던 학생들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잘한다고 칭찬할 줄 알았는데 환자를 더 다치게 할 수 있다니.
지난 1월, 동계 학생캠프 프로그램으로 견학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있었던 일이다. 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은 심폐소생술을 뜻하는 영어 약자로, 갑자기 호흡이 정지된 사람에게 심장압박을 실시하여 뇌와 각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긴급구조법이다. CPR만 올바르게 해줘도 환자의 생존 확률이 3배는 높아진다. 제때 CPR을 실시하지 않아 산소공급이 중단되어 뇌사 상태에 빠지는 환자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귀중한 생명을 살리려면 구조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영혼의 생명을 살리는 영적 구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생명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주신 귀한 영혼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방법을 단지 지식으로만 이해해서도 안 된다.
CPR을 실시할 때, 너무 강한 압박은 환자의 갈비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고 했다. 내 딴에는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 오히려 다른 영혼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사랑의 마음보다는 조급함과 의무감에 믿음이 여린 식구를 다그치거나, 알량한 자존심에 형제자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우리 영혼을 무한한 사랑과 희생으로 돌보아 주신다. 한 영혼 한 영혼을 사랑으로 보듬고 아껴야겠다. 이것이 나와 형제자매의 영혼이 살 수 있는, 긴급구조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