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똥이 쓸데가 있나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똥’ 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더럽다? 지저분하다? 불쾌하다?
만약 그 똥이 코끼리 똥이라면요? 코끼리는 하루에 무려 50㎏ 정도의 배설물을 배출한다고 합니다. 그 많은 걸 치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네요. 그런데 코끼리 똥을 처리할 방법을 스리랑카의 한 회사에서 개발했습니다.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선 세균 제거를 위해 동그랗고 딱딱한 코끼리 똥을 물에 넣고 끓입니다. 그러면 섬유질만 남게 되는데, 이것을 원형 통에 넣어 3시간가량 돌려 잘게 자릅니다. 이때 원하는 색을 넣고 돌리면 예쁜 색지도 만들 수 있습니다.
잘게 잘린 섬유질 입자를 일정한 크기로 동그랗게 뭉쳐 한 개씩 물에 푼 다음, 체에 쳐서 틀 안에 평평하게 넣고 햇볕에 말리면 종이가 완성됩니다. 10㎏의 코끼리 똥으로 A4용지 660장 분량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요?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다고 하니 찝찝해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소화 기능이 좋지 않아 먹은 풀을 그대로 배출합니다. 그래서 코끼리 똥은 냄새가 나지 않고, 종이로 만들면 섬유질이 많아 한지의 재질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과거 스리랑카에서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야생 코끼리들이 농가를 습격해서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사람들도 코끼리를 공격해 많은 코끼리가 상처를 입거나 죽기도 했습니다.
코끼리와 인간의 갈등을 해결한 것은, 갈 곳 없는 코끼리를 보살피는 ‘코끼리 보육원’과 ‘코끼리 똥 종이’입니다. 특히 ‘코끼리 똥 종이’는 코끼리의 엄청난 배설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뿐 아니라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를 만들기 때문에 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되었습니다. 또한 일거리 없는 농촌 사람들이 종이를 만들고 판매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되었습니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보면 불필요한 물건도 자세히 보고 생각을 달리하면 유용한 존재가 됩니다. 물건만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만의 재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겉모습만 보고 ‘저 사람은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며 섣불리 판단하거나 ‘나는 왜 이것을 못할까?’ 하고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로 서로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