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연습은 싫어!

“엄마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 자라.”
“강이 너 내일은 꼭 비행 연습해야 돼.”
“네 네, 알겠어요.”
저는 기러기입니다. 엄마 아빠는 항상 우리가 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저는 정말 하기 싫은데 말이죠. 내일은 또 어떤 핑계를 대고 도망갈지 고민입니다.

“강아, 강아. 일어나, 아침이야!”
“아함, 졸려. 좀만 더 자고 싶은데….”
“안 돼, 얼른 일어나서 밥 먹고 비행 연습해야지. 곧 있으면 우리는 북쪽으로 가야 해. 시간이 없어.”
“저는 연습 같은 거 안 해도 날 수 있어요. 저번에도 조금 날았잖아요. 그때 연습으로 충분하니까 형이랑 누나들이나 열심히 하라고 하세요.”
“강이 너도 형, 누나들처럼 열심히 연습해야 돼.”
엄마 아빠는 제가 걱정되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연습이 너무 하기 싫고, 너무 귀찮습니다. 언제나처럼 핑계를 대려고 하는데 오늘은 딱히 핑계거리가 생각나지 않네요.
‘에이, 그냥 몰래 숨어버려야겠다.’
저는 엄마 아빠 눈에 안 띄게 슬금슬금 둥지를 빠져나간 다음 잽싸게 도망쳤습니다. 마침 숨기 좋은 갈대밭이 보입니다. 저는 일단 갈대 사이에 숨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저에게 왔습니다. 일찍 일어났더니 잠이 마구 쏟아집니다.
‘에라, 모르겠다. 낮잠이나 자자.’

“강아, 강아! 어서 일어나, 지금 떠나야 돼.”
윽, 엄마는 저를 어떻게 찾았을까요. 그런데 지금 떠난다고요?
“벌써요? 왜 이렇게 빨리 가요?”
“생각보다 봄이 빨리 찾아왔단다. 어서 무리로 가자.”
저는 엄마를 따라 형과 누나들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남쪽으로 간다고? 비행 연습을 많이 안 했는데 어쩌지?’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아빠는 우리 기러기 무리의 대장님입니다. 아빠는 기러기 가족들에게 주의 사항을 이야기합니다. 저 같은 어린 기러기에게도 신신당부를 합니다.
“어린 기러기들은 엄마를 잘 따라오고, 무리에서 절대 벗어나면 안 된다!”
“네!”
“자, 이제 출발한다.”
아빠가 하늘을 오르자 기러기들이 하나씩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저도 엄마 뒤를 따랐습니다. 그동안 연습을 많이 안 해서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평소에 조금씩은 했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형과 누나들처럼 힘차게 날갯짓을 했습니다. 몸이 하늘로 붕 뜹니다.
“야호!”
역시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네요. 연습을 안 해도 날 수 있다니까, 그동안 엄마가 저를 너무 아기 취급한 겁니다. 하하하.
한참 비행을 하는데 아빠가 방향을 오른쪽으로 꺾습니다. 엄마도, 형도, 누나도 차례차례 오른쪽으로 꺾었습니다. 저도 오른쪽으로 몸을 꺾습니다. 그런데 그만 바람에 밀려 무리에서 벗어났습니다.

“강아!”
엄마가 놀라 제 이름을 부릅니다. 아빠도 엄마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저는 다시 힘껏 날개를 꺾어 무리에게 돌아가려 하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제 힘이 다 빠져 날갯짓하는 것조차 너무 힘듭니다. 순간 저는 중심을 잃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강아! 강아! 좀만 더 힘을 내, 조금만!”
다시 날갯짓을 해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역시… 연습이 부족했나 봅니다.
“엄마 아빠. 도와주세요. 엄마… 아빠!”
엄마와 아빠가 저에게 오지 못한다는 것은 압니다. 아빠는 우리 기러기 전체의 대장이고, 엄마도 저에게 온다면 형과 누나들이 무리를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가족 모두 목적지로 갈 수 없으니까요. 엄마는 아래로 뒤처지는 저를 계속 바라보며 슬피 울었습니다.
“강아, 강아.”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갑니다.
너무나 후회됩니다. 평소에 나는 연습을 잘 했다면, 엄마 말씀을 잘 들었더라면…. 후회되고 또 후회돼서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강아, 강아!”
누군가 저를 흔듭니다. 눈부신 햇빛을 뒤로하고 엄마가 눈앞에 서 있습니다.
“엄… 마?”
“어디 갔나 했더니 갈대밭에 있었니?”
“무리는요? 어떻게 돌아온 거예요? 그럼 안 되잖아요.”
“무슨 소리야, 너… 꿈꿨니? 어서 집에 가자.”
‘꿈? 아, 꿈이었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저는 엄마에게 안겨 엉엉 울었습니다. 엄마의 품이 참 따뜻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 저 이제부터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비행 연습 정말 많이 할 거예요. 그래서 엄마랑 아빠랑 형이랑 누나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예요.”
“와, 강이 너 정말이야?”
“그럼요, 약속해요!”
“그래, 우리 강이도 형, 누나들처럼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고 열심히 연습해서 우리 가족 멋지게 날아보자.”
엄마가 날개를 펴서 저를 안아줍니다. 저도 엄마를 꼭 껴안았습니다.
지금은 조금 힘들고 재미없어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꼭! 하늘을 힘껏 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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