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으로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와서, 얼떨결에 반장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학급 임원이 되었다가 매일같이 반 친구들과 다투고,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부담이 컸습니다.
예상대로 반장이 된 날부터 수난의 시작이었습니다. 교실 청소 마무리, 우유 배급, 자리 바꾸기 등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야 했습니다. 반 아이들은 이런 수고는 몰라주고, 제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넌 반장이니까 그러면 안 되지!”라며 타박했습니다. 하루하루 한숨만 늘어났습니다.
너무 힘들어 울고 싶던 날이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래를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이란 가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어머니의 마음. 늘 들었던 말이 그날따라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머니시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엄마는 자녀들이 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자녀들이 고민이 있는지 없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채고 살뜰히 챙깁니다. 하늘 어머니께서도 자녀에 대해 모르시는 것이 없습니다. 자녀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세세히 살피시고, 마음에 짐이 있는 자녀들을 일일이 돌아보시지요.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곳곳에 쓰레기와 먼지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 먼지가 고스란히 친구들의 코와 입으로 들어간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청소 당번에게 청소를 시킬까 하다 이내 고개를 젓고 빗자루를 집어 들었습니다. 조례 시간, 쉬는 시간, 방과 후마다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교실 바닥을 쓸었습니다. 분리수거도 틈틈이 했습니다. 무관심했던 친구들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아무렇게나 과자 봉지를 버렸던 친구들이 미안해했고, 고맙다며 청소를 도와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친구 한 명, 한 명에게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고민이 있는 친구,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걱정이 많아 보이는 친구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습니다.
“요새 네 얼굴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
“너 완전 족집게다!”
친구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느새 다른 친구들도 옆에 와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시온에서 배운 것들을 응용해서 성의껏 대답해 주었습니다.
“너는 얼굴도 예쁘고 성실해서 어디를 가나 잘할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네가 먼저 잘못했다고 말해봐. 먼저 사과하기는 힘들어도 그다음부터는 정말 쉬워.”
“나는 이 문제집 푸니까 성적이 오르더라. 이거 써보는 건 어때?”
“부모님이랑 잘 상의해 봐. 네가 집안일도 도와드리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끝까지 안 된다고 하시지는 않을걸?”
친구들도 진지하게 제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하면서부터 야속하게만 느껴졌던 친구들이 진심으로 좋아졌습니다. 청소나 선생님의 심부름도 더 이상 억지로 하지 않습니다. 친구들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 13장 4절~7절
요즘 저는 이 말씀을 읽으며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다면 온전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겠지요.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늘 어머니의 마음을 품고, 즐겁게 봉사하며 친구들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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