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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저기 저 동산에 있었으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러 오고, 사랑해 줄 텐데!”
바위 아주머니가 말했어요.
“아니란다, 얘야. 너는 아주 멋있는 나무야. 어떤 나무들보다 멋지지.”
“아니에요! 아주머니는 아무도 오지 않는 이곳에 있는 게 지겹지도 않으세요? 저기 동산 좀 보세요. 사람들이 매일 모이잖아요. 사람들은 여기에 우리가 있는지도 모를 거예요.”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다 뜻이 있는 거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돼.”
하지만 나무는 계속 투덜투덜거렸어요.
그때 한 마리의 참새가 날아와 나무 끝에 앉았어요. 나무는 처음 보는 참새가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우아, 넌 어디서 왔니?”
“저기 저쪽에 보이는 마을에서.”
“마을에서 날아왔다고? 너는 좋겠다.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어서.”
그러자 참새가 말했어요.
“아름다운 세상은 네가 보고 있잖아. 이 넓은 바다를 봐봐.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그리고 저 끝에 보이는 멋있는 태양! 난 네가 부러워. 내가 돌아다니는 마을보다 여기가 훨씬 아름답고 멋있는걸. 그곳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아.”
나무는 자신을 부러워하는 참새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참새는 바위 아주머니에게 말했어요.
“바위 아주머니, 오늘은 마을에서 동네 아이들에게 잡힐 뻔했지 뭐예요. 너무 무서워서 뒤도 안 보고 여기로 날아왔다니까요.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해!”
바위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많이 놀랐겠구나. 그래, 세상에는 많은 일이 있지. 하지만 꼭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저도 여기서 아름다운 바다와 멋있는 태양을 보고 싶어요!”
“참새야, 너에게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멋진 날개가 있잖니. 이 날개가 너에게 있는 것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껏 보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거란다. 좋은 것들을 많이 보렴. 힘들고 지칠 때는 얼마든지 여기로 와서 쉬어 가고.”
어느 날이었어요. 맑았던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잠잠하던 파도가 크게 출렁였어요. 나무는 벌벌 떨었어요.
“바위 아주머니, 바다가 이상해요. 너무 무서워요.”
“큰 폭풍이 오려나 보다. 나무야, 견디기는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아줌마를 꼭 붙잡고 있으렴. 알았지?”
나무는 바위 아주머니를 꼭 붙잡았어요.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파도는 화난 듯이 달려와 나무와 바위 아주머니를 집어삼킬 듯이 계속 몰아쳤어요.
“조금만 견디렴. 나를 놓으면 안 된다. 나도 너를 꼭 붙잡고 있으마.”
시간이 지나 거센 폭풍이 물러갔어요. 파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잠잠해졌어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나무는 동산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어요.
‘동산에 있던 나무들이 다 사라져버렸잖아! 나도 저 동산에 있었다면 떠내려갔을 거야. 휴, 다행이다.’
나무는 자신이 폭풍을 견뎌낸 사실에 으쓱해졌어요.
“아주머니, 아주머니! 제가 큰 폭풍을 이겨냈어요! 아주머니는 괜찮으세요?”
“응, 나는 괜찮단다.”
마을에서 참새가 헐레벌떡 날아왔어요.
“나무야, 괜찮니?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이번 폭풍이 너무 심해서 나도 움직이지 못했어. 폭풍이 지나가자마자 걱정돼서 이렇게 바로 날아온 거야.”
“내 모습 좀 봐. 아무 데도 상처 난 데 없이 멀쩡해! 내가 어제 거센 폭풍을 이겨냈어.”
나무는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참새는 바위 아주머니에게 다가갔어요. 나무를 감싸고 있던 바위 아주머니의 몸이 많이 깎여 있었어요. 하지만 나무는 바위 아주머니가 다친 것을 몰랐어요. 바위 아주머니는 참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조용히 일렀답니다. 참새는 아주머니가 걱정되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나무는 바위 끝으로 놀러오는 모든 동물들에게 자신이 폭풍을 이겨냈다고 자랑했어요. 참새는 나무가 답답했어요. 그러나 바위 아주머니는 웃으며 나무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어요.
얼마 후, 하늘이 또 어둑어둑해지더니 다시 폭풍이 오려고 했어요. 나무는 자신만만했어요.
“나무야, 또 폭풍이 오는구나. 나를 꽉 붙잡으렴.”
“아주머니, 이까짓 폭풍쯤은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고요.”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어요. 지난번보다는 약한 비바람이 불었어요. 나무는 혼자 힘으로 견뎌내려고 했지만 힘없이 파도에 묻혔어요.
“으악! 아주머니,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나를 꼭 잡으렴. 세게, 아주 세게 잡아야 한다!”
바위 아주머니도 나무를 꽉 잡았어요.
폭풍이 물러갔어요. 나무는 무서워서 꼭 감았던 눈을 떴어요.
‘휴, 살았다. …그런데 왜 떠내려가려고 했을까?’
나무는 곰곰이 생각했어요.
‘아! 바위 아주머니!’
나무는 자신이 떠내려가려고 할 때마다 바위 아주머니가 꽉 잡아주었던 것이 떠올랐어요. 나무는 바위 아주머니를 자세히 보았어요. 바위 아주머니 몸은 많이 깎여 있었고, 전에는 보이지 않던 상처가 나 있었어요.
“아주머니. …저 때문에 이렇게 많이 다치신 거죠? 왜 말하지 않으셨어요?”
“나는 괜찮단다, 아프지 않아. 네가 안 다쳐서 다행이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했어요. 마침 참새가 날아왔어요.
“이번 폭풍도 무사히 넘어갔구나.”
“응. 그런데 바위 아주머니가 많이 다치셨어. 나는… 몰랐어. 폭풍이 몰아칠 때 아주머니가 나를 꽉 감싸 안아주셨다는 걸. 그래서 내가 폭풍을 견뎌낼 수 있었는데….”
나무는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결심했어요.
“이제는 우쭐하지 않고, 아주머니처럼 사랑의 마음을 가질 거야. 투덜거리지도 않고 모든 일에 감사할래.”
“그래, 나도 바위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무슨 일이든지 감사하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며 살겠어. 그럼 우리 모두 행복해지겠지?”
그날 이후, 나무는 언제나 웃으며 겸손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았어요. 참새도 마을에서 일어나는 좋은 소식을 가지고 날아와, 나무와 바위 아주머니에게 들려주었지요.
언젠가부터 나무의 가지 끝에서 작은 방울이 하나씩 맺혔어요.
“아주머니, 제 가지에서 뭔가가 자라나요. 아주… 귀엽고 예뻐요.”
“어머, 솔방울이로구나. 나무야, 네가 열매를 맺은 거야. 정말 장하다!”
* * *

특별한 나무는 오늘도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바위 아주머니의 사랑 때문이야. 내가 받은 사랑에 늘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