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느지막이 일어난 저는 빨래를 개고, 아침 겸 점심 ‘아점’을 준비하시는 엄마도 도와드렸습니다. 온 가족이 다 같이 밥을 먹고 저는 모임 시간에 맞춰 준비하고 나가려는데, 입술에 바르는 립밤을 다 써서 엄마한테 사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엄마는 이미 갖고 있는 다른 립밤을 쓰던가 아니면 제 용돈으로 사라고 했습니다. 용돈이 살짝 부족한 편이라 저는 바로 엄마에게 짜증 내며 투덜거렸고,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없이 집을 나왔습니다.
사실 제 마음속에는 일종의 보상 심리가 있었습니다.
‘내가 엄마를 위해서 빨래도 개고 식사 준비도 도와줬는데 엄마는 왜 나한테 작은 것조차 안 해주는 거야!’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뭔가 아니었습니다. 제 심보대로라면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야 했습니다.
“내가 너 낳아서 길러주고, 먹여주고, 옷 사주고… 평생 이렇게 해줬는데 너는 사달라고만 하고, 나한테 제대로 된 선물이나 한 적 있니?”
하지만 엄마는 18년 동안 한 번도 저에게 이런 말이 없으셨습니다.
하늘 아버지께서는 자녀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37년, 엄밀히 말하면 60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고난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엄마한테 그런 것처럼 하늘 아버지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저 이거 이거 했고 저것도 했습니다. 알아주세요. 축복 주세요. 칭찬해 주세요. 이거랑 저것도 해주세요!’
이번에도 제 심보대로라면 하늘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셔야 할지 모릅니다.
“내가 너를 구원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기나 하느냐? 너는 나를 위해서 기도하고 전도하거라. 내가 6000년 동안 고생했으니 너도 6000년 동안 고생 좀 해봐라.”
하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자녀들을 배려하시고, 모두 자녀를 위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부모님께 그런 것처럼 하늘 부모님께도 못하는구나 싶어 살짝 울컥했습니다.
저는 아빠가 어디를 다치셔도 뒤늦게 알고, 우리 가족을 위해 얼마나 애쓰시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아빠가 티를 안 내시기 때문입니다. 제 스스로 철 좀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저의 작은 수고만 알아달라고 엄청 티를 냈지 저를 위해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의 수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 철부지였습니다.
하늘 아버지께서도 아무리 힘들고 몸이 아프셔도 괜찮다고만 하셨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크신 희생과 사랑을 깨닫지 못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정말이지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희생은 글자와 영상으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항상 감사드리며 부모님 그리고 하늘 부모님을 잘 따르는 자녀가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