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첫 경기를 치렀습니다. 저는 상대편 선수들이 공을 빼앗으려고 다가올 때마다 무조건 슛을 날렸습니다. 번번이 실패했고 공도 상대편에게 넘어갔습니다. 조원들 역시 공을 잡으면 일단 골대로 던졌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어찌어찌 이기기는 했습니다만 찜찜했습니다. 조장이었던 저는 시합을 분석해보았습니다.
조원들은 대체로 드리블이 서툴러 공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드리블을 잘하는 대신 도무지 슛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조원 중에 다른 건 몰라도 슛만큼은 기막히게 잘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조장이 가장 많은 골을 넣어 조를 빛내야 한다’는 편견을 가졌던 저는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팀 경기였습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조원들에게 포지션을 정해주었습니다.
“H는 슛을 잘하니까 항상 상대편 골대 가까이 있어. K는 공을 멀리 던지니까 적절하게 패스해주고. 나는 공을 받는 대로 코트를 파고들어서 슛하기 좋게 패스해줄게.”
그렇게 저는 조장 중 유일하게 슈터가 아닌 가드(상대편이 자기편 골대에 공을 넣지 못하게 막는 역할)를 맡았습니다.
공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기만 하던 조원들은 연습과 경기를 거듭하며 각자의 포지션대로 움직였습니다. 드리블이 빨라 상대편을 잘 따돌리는 저는 공을 몰고 가다 조원에게 패스해주었고, 그 조원은 또 다른 조원에게 패스하고, 마침내 공을 받은 H가 슛을 시도했습니다. 몇몇은 슛 실패를 대비해 골대 가까이 달려가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모든 시합이 끝났습니다. 저희 조는 2등을 했습니다. 하지만 1등 조보다 체육 선생님께 칭찬은 훨씬 많이 받았습니다.
“너희 조는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발전했어. 서로 패스하는 거 보고 ‘아, 이 아이들은 농구하는 법을 아는구나’ 생각했지. 기특하다.”
그때의 기억은 저에게 연합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생생한 교훈입니다. 농구 시합에서 골대에 공을 넣어 득점해야 한다는 목표는 누구나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슛에만 몰두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믿음 생활의 목표는 천국입니다. 그곳으로 가기까지 드리블하는 역할, 패스하는 역할, 방어하는 역할, 골을 넣는 역할 등 다양한 포지션의 형제자매가 존재합니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위치와 역할은 없습니다. 골을 넣는 역할이 가장 큰 주목을 받을지 몰라도 드리블, 패스, 방어라는 과정이 없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테니까요.
다른 사람의 자리가 더 좋아 보인다고 시기하고, 스스로의 사명을 얕잡아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현재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나에게 또 모두에게 가장 좋은 포지션입니다. 어떤 일이든 저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