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로 두 시간 거리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식사는 물론 매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엄마는 제게 엄카(엄마 카드)까지 쥐여주며 먹고 싶은 것은 다 사 먹으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치킨, 햄버거, 피자 같은 패스트푸드보다는 돼지국밥 같은 건강하고 든든한 식사를 하라는 말도 덧붙이셨습니다.
자취 생활 2년이 넘은 지금,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저는 1년 중 아침 먹는 날이 손가락에 꼽힙니다. 밖에서 군것질을 더 많이 하고 일주일에 네 번은 라면을 먹습니다. 엄마와 함께 산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중학생 때 그렸던 이상이 현실로 펼쳐졌지만 그리 기쁘지가 않습니다. 엄마의 요리가 그리워서겠지요.
엄마가 ‘뭐 필요한 거 없니?’라고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필요한 것들을 나열해 답장을 보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먹을 것이 목록에서 제일 많았습니다. 박스 하나로는 어림없는 양이었습니다. 이틀 후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택배 박스는 꽤 컸습니다. 집 안에 들여놓으려고 들다가 당황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무거웠습니다. 안에는 우동, 죽, 과자, 초코파이 등 먹거리가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제가 보낸 물품 목록대로 장을 보고 박스를 포장하셨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으나 저의 식사를 챙겨주는 사람은 역시 엄마였습니다.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낯간지러워서 쓰지 않는, 속이 꽉 채워진 하트 2개와 함께요.
역시 엄마밖에 없으십니다♥♥
저는 18년 인생 동안 단 한 번도 엄마의 식사를 걱정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루 굶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저에게 밥을 먹이려는 엄마를 유별나게만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엄마와 자식의 차이인가 봅니다.
엄마, 보내주신 음식 잘 먹겠습니다. 전에는, 보내달라 하지도 않은 것을 왜 보내서 귀찮게 처리하게 하느냐고 짜증을 부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기만 해요. 넘치면 넘쳤지, 엄마의 정성과 사랑은 부족한 적이 없어요. 엄마!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이 해산물이니까 나중에 제가 회 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