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밀착 취재, 당신이 알고 싶다

한집에서 매일 동고동락하는 가족.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 부모님의 삶은 더더욱 알 수 없는 세계입니다. 빛바랜 사진이나 이따금씩 들은 몇몇 에피소드로 부모님의 옛 시절을 살짝 들여다보았을 뿐이지요.
그래서, 제가 직접! 부모님의 과거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지금부터 주인공들을 모시고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엄마 편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태훈·가현 엄마 권정현입니다.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아빠 엄마, 오빠 둘, 언니 다섯, 남동생 하나.

식구가 많네요?

맞아. 그런데 언니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일찍 사회에 나갔어. 주로 오빠, 남동생이랑 놀았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오빠가 몸집이 작아서 친구들한테 놀림을 많이 받았어. 그러면 내가 가서 오빠 친구들을 혼내줬지. 뭐랄까, 정의감에 불탔다고 해야 하나.

이모에게 들은 적 있어요. 엄마가 골목대장이었다고요. 좁은 골목 가운데 서서 다른 애들 못 지나가게 막았다면서요? 다른 별명은 없나요?

‘노랑머리’랑 ‘두부’. 노랑머리는 엄마 머리가 자연적으로 노래서. 두부는 부모님이 두부 공장을 하셨거든.

엄마의 학창 시절은 어땠어요?

좀 노는 학생? (웃음) 가현이 나이 때는 한창 놀았어. 교복 자율화가 되는 바람에 교복을 1년밖에 못 입었지.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느라 힘들었어.

지금 저희를 보면 엄마의 옛날 모습이 보이나요?

아침에 못 일어나는 거 보면 딱 나를 보는 거 같아. 엄마 말 안 듣는 것도 정말 똑같지. 엄마(나의 할머니)가 “너 같은 딸 하나 낳아봐라” 했는데, 너희가 말 안 들을 때면 우리 엄마 마음도 이랬겠다 싶더라. 엄마가 나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하며 살았는지 알게 됐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엄마한테 잘 못해드렸던 게 마음이 아프네. 그런데 엄마 말 안 들으면 진짜 100% 손해다!

알겠어요. 말 잘 들을게요. 그럼 질문을 바꿔서 오빠와 저를 가졌을 때의 기분은?

정말 행복했어. 너~무너무 좋았는데 두 번 다 입덧이 너~무 심해서 열 달 내내 토하고 굶다시피 했어. 주변 사람들이 무슨 약을 먹으면 좋다고 알려줘도 혹시 배 속 아이한테 문제 생길까 봐 안 먹고 꾹 참았지. 그리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었어.
너 가졌을 때는 세 살 된 너희 오빠 따라다니느라 바빠서 태교할 시간이 없었어. 음악은 많이 들었고.

저 어릴 때는 어땠어요?

너 낳고서 밤낮이 바뀌었다. 새벽에 네 기저귀 갈아주느라. 너는 둘리에 나오는 희동이 닮았었어. 밖에 데리고 나가면 다들 남자애인 줄 알고 “아유, 고놈 참 잘생겼네!”, “아주 장군감이네!” 했지.

아… 그랬군요. 저희 때문에 마음 졸인 적이 있나요?

네 오빠를 대형 마트에서 잃어버린 적이 있어. 놀라서 막 찾아다녔는데 장난감 구경하고 있더라고. 가현이가 물에 빠졌을 때도 심장이 철렁했지. 너무 무서웠어.

아들과 딸 둘 다 가진 것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장점? 한참 생각해야겠는데. (웃음) 아들도 있고 딸도 있어서 확실히 재미있긴 하지. 그런데 둘이 그렇게 싸워가지고….

오빠가 성인이 됐잖아요. 느낌이 어떠세요?

후회가 많아. 너를 낳은 직후에는 산후우울증에 걸렸는지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오빠한테 짜증을 많이 냈거든. 어릴 때 사랑을 많이 주고 더 정성스럽게 키웠어야 했는데. 아이보다, 힘든 나 자신한테 관대했던 것 같아. 그래서 항상 미안하고 후회스러워.

엄마의 자랑거리는?

건강한 아들딸과 착한 남편이 있다는 것. 엄마한테는 가족이 제일 자랑거리야.

가족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엄마는 우리 가족이 웃을 때, 즐거워할 때, 화목하게 지낼 때가 제일 행복해.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고 서로 사랑하면서 사는 게 엄마의 바람이야.

마지막으로 저에게 하고 싶은 말!

최선을 다하고, 시간 아껴 쓰고,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생활했으면 좋겠어. 남들 의식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사랑하자!


아빠 편

우리 집 브레인, 아빠!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영규입니다.

가족 관계 알려주시죠.

엄마 아빠, 여동생 셋.

장남의 삶이란?

어깨가 무겁다.

아빠의 성장 과정을 말해주세요.

아빠는 어릴 때 하고 싶은 일은 거의 못하고 살았어. 집안 형편이 어려웠거든. 보릿고개를 겪어서 입으로 먹을 수 있는 건 뭐든 다 먹었고. 너희 할머니 할아버지는 농사하느라 항상 바쁘셨지.

학생 시절에 공부를 잘했다던데 사실입니까?

사실이야.

어떤 과목을 제일 잘했어요?

수학.

집에서 학교까지 어떻게 다녔나요?

말 그대로 산 넘고 강 건너 등교했어. 집에서 학교까지 한 시간 넘게 걸렸는데 눈이나 비가 오면 그냥 맞으면서 학교에 갔지. 한번은 눈이 엄청 와서 내 키만큼 쌓인 적이 있었어. 그때는 못 갔고.

시골에서는 뭐 하고 놀았어요?

봄가을에는 농사 준비에 추수에 부모님을 돕느라 바빠서 놀 시간이 없었지만, 여름에는 친구들이랑 모여서 땅따먹기, 공기놀이, 자치기를 했어. 겨울에는 눈이 오면 짚을 엮어서 썰매를 만들어 탔지. 속도 엄청 빠르다! 이건 강원도 사는 사람만 알아.

아빠는 제 나이 때 어땠어요?

고등학생 때? 착했어.

지금 생각하는 아빠의 장점은?

성실하지. 그리고 잘생겼잖아.

아빠가 되고 나서 깨달은 점이 있나요?

부모님의 마음. 아빠 엄마가 어린 나를 이렇게 키웠겠구나 싶었지. 그리고 신기했어. 아기가 엄마 배 속에서 커가는 것도 신기하고, 모든 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어요?

너희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거는 다 사줬어! 음… (뒤늦게) 다는 아니고 사줄 수 있는 건! 너희 태어나고 나서는 참 많이 안아줬지. 많이 놀아주고. 그런데 너희가 크니까 아빠랑 안 놀아주더라.

저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너무 예뻤어. 둘째는 내심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딸이라는 말 듣고 기분 최고였지. 나도 딸이 생겼구나 싶고. 지금까지 착하고 바르게 커줘서 좋아. 다만 세상이 너무 험하니까 딸을 둔 아빠로서 불안해.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아들딸이 착하게 커가는 모습을 볼 때. 이제 다 커서 잘 안아주지는 못하겠어.

어디서 힘을 얻으세요?

우리 딸! 일하다가 딸 목소리 들으면 힘 나.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아빠하고 자주 놀아줘. 사랑해.


어렵게 살던 부모님 세대와 달리 저는 편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져도 부모님의 부모님이 그랬듯 엄마 아빠는 저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십니다. 제가 짜증 내도 먼저 다가와 제 마음을 풀어주시고, 제가 힘들 때마다 격려하고 달래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습니다.
우리 가족이 화목할 때, 오빠와 제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는 부모님을 맨날 기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서툴지만 부모님께 매일 사랑을 표현해서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쭉 화목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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