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유지되는 이유

“아침밥을 먹어야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하지.”
아침밥을 거부하는 날이면 엄마가 하는 말이다.
초등학생 시절, 아침마다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동안 식탁에는 밥이 차려졌다. 익숙한 일상이었다.
중학생이 되었다. 빨라진 등교 시간에 맞춰 엄마도 바빠졌다. 전날 빨아놓은 교복 챙기랴, 반찬 꺼내랴, 밥상을 방에 들고 오랴…. 학교 가는 나보다 엄마가 더 바빴다. 나는 아침밥이 조금이라도 늦게 차려지면 엄마에게 짜증을 쏟아냈다.
“엄마 때문에 지각하겠어. 왜 이렇게 밥을 늦게 차려줘?”
그때마다 엄마는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한 입이라도 더 먹고 가라고 나를 달랬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서는 반찬 투정을 시작했다. 먹을 게 없다고 기껏 차려준 밥상을 무르거나, 엄마가 보는 앞에서 반찬에 손도 안 대고 밥을 물에 말아 먹었다. 엄마는 까탈스러운 내 입맛을 맞추기 위해 매일 반찬을 바꿨다.
그날도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부엌에 있었고, 나는 방 안에서 TV를 보며 여유롭게 교복을 입었다. 평소라면 엄마가 밥상을 들고 들어올 시간이었다.
“엄마, 빨리! 나 학교 늦으면 어떡해!”
정작 급하다는 나는 앉아서 TV만 보고 있었다.
“알겠어. 금방 간다!”
부엌에서 물소리가 났다. 소리는 끊기지 않았다.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엄마, 뭐해?”
“아무것도 아니야. 얼른 상 들고 갈게.”
물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부엌으로 나가 보니 엄마가 흐르는 물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 행동의 의미는 분명했다. 엄마가 손을 데었다. 원인을 찾으려 부엌을 둘러보았다. 프라이팬 위에 조기가 보였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조기를 튀겼고, 내 재촉에 급하게 조기를 뒤집다 뜨거운 기름이 손등에 잔뜩 튀고 만 것이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엄마를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엄마는 그 와중에도 조기를 다 익혀 아침밥을 차려준 후 다시 손을 식혔다. 밥이 목에 메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 아침밥은 엄마의 사랑이었다. 여전히 엄마는 아침밥을 차려주신다. 내 일상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 엄마의 사랑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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