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 엄마의 어린 시절

엄마는 딸 다섯, 아들 둘을 둔 가난한 집안의 넷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적지 않은 가족 수에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려워 엄마는 단 한 번도 입고 싶은 옷을 입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도 마음껏 하지 못했습니다.
가난 때문에 힘들고 서러운 일이 많아도 엄마는 명랑하게 자랐습니다. 범상치 않은(?) 노래와 춤 실력으로 학교에서 인기쟁이였고, 엉뚱한 행동을 많이 해서 별명은 ‘뚱딴지’였다고 합니다.
“지나고 보니 다 재미있는 추억”이라는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몇 가지 들려드리겠습니다.


밥보다 아빠 1

국민학생 시절 엄마는 도시락을 싸 가지 못해서 학교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빵과 우유로 점심을 대신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받은 빵과 우유를 먹지 않고 가방 속에 고이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 할아버지(엄마의 아빠)께 드렸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너는 밥 먹었냐?” 하고 물으시면 엄마는 늘 “선생님이 나눠줘서 먹었어요”라고 둘러댔습니다. 엄마는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좋아 아무리 배고파도 참았다고 합니다.

밥보다 아빠 2

엄마는 소풍이나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합창대회에 갈 때면 할아버지께 500원을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할아버지가 돈이 없으니 그냥 가라고 해도 엄마는 마당에 누워 엉엉 울면서 돈을 줄 때까지 안 간다고 이리저리 뒹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가 이웃에게 500원을 빌려와 엄마 손에 쥐여주면 엄마는 언제 울었냐는 듯 벌떡 일어나 씩 웃고는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어렵게(?) 얻은 500원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사지 않았습니다! 매번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간식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보고 “허허” 웃으셨고, 형제들은 “쟤는 참 뚱딴지 같다”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간식이 좋아서가 아니라 엄마가 기특해서 웃으셨겠죠?

약보다 강력한 엄마의 사랑

엄마는 7남매 중 가장 마르고 몸이 약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시름시름 앓다가 쓰러졌습니다. 할머니(엄마의 엄마)는 엄마를 업고 동네 병원으로 뛰어가셨습니다. 하지만 가는 병원마다 살 가망이 없으니 집으로 데려가라는 말뿐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축 처진 엄마를 업고 버스를 타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정류장 앞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사서 엄마에게 먹였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기적같이 깨어났고, 차차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엄마는 약이 아니라 할머니의 간절함으로 살아났다고 느낀답니다.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는 부모님과의 추억이 많았습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배고픔보다 아빠를 먼저 생각하고, 아빠가 기뻐하시는 모습에 행복해하는 어린 엄마를 떠올리니 가슴이 찡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내 행복만 추구하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엄마처럼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고,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사랑의 위력을 새삼 느꼈습니다. 의사처럼 똑똑하지 않고, 초인적인 능력이 없어도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서라면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그런 사랑을 받고 자란 엄마는 똑같이 저를 사랑으로 보살펴 주십니다. 엄마의 사랑이 있기에 제가 지금 무탈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겠지요. 엄마의 사랑에 감사하며 이제는 그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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