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사과

아빠는 꼭두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들어오신다. 아빠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늦은 밤뿐이다. 그마저도 나는 아빠에게 “다녀오셨어요” 하고는 방으로 쏙 들어갔다. 아빠와 보내는 시간보다 나만의 시간이 더 중요했다.
하루는 아빠가 뜬금없이 사과하셨다.
“딸, 아빠가 미안해.”
“왜 갑자기 미안하다고 하세요?”
“그냥 다 미안해. 해달라는 것 다 못해줘서 미안하고, 사달라는 것 다 사주지 못해서 미안해.”
지금껏 아빠가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신 것을 아는데, 내가 감사하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아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버렸다. 매일 일에 치이고도 집에 돌아와 환히 웃어주던 아빠, 아무리 고되어도 내 투정을 다 받아주던 아빠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동안 아빠에게 감사하다고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빠 덕분에 참 행복하다고, 아빠가 있어 감사하다고 자주 표현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아빠 어깨에 편히 기대어 어리광을 부렸던 것처럼 나도 아빠의 힘듦을 덜어드리고 아빠를 꼭 안아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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