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스 꽃동산 上

쪼로롱 쪼로롱. 짹짹.
새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하는 봄. 봄이 왔어요.
꺄르륵. 하하 호호.
따스해진 날씨에 개구쟁이 아이들도, 구두 수선집 아저씨도, 빵집 아주머니도 다들 밖으로 나왔네요. 흠흠, 이 향기는 어디서 나는 걸까요? 아, 꽃동산이로군요.
스프링스 마을은 아주 아름다운 마을이에요. 이 마을의 큰 자랑거리는 바로 스프링스 꽃동산이랍니다. 봄여름 내내 세상의 갖가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지요. 그러고 보니 오늘이 마을 꽃축제가 시작되는 날이네요. 축제는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에 5일 동안 열려요. 이맘때는 집집에도 꽃들이 장식되어 온 마을이 꽃으로 물들어요.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몰려와 시끌시끌하지요. 역시나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은 꽃동산이에요.

“얘들아! 우리의 계절이야!”
꽃동산의 튤립이 봉오리를 살짝 열고 소리쳐요. 꽃동산 입구에는 튤립, 벚꽃, 라벤더, 유채꽃, 목련화가 피어요. 추운 겨울을 보내고 다시 피어나서 꽃들이 다들 신이 나나 봐요.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꽃잎이 환상적인걸!”
“어우. 부끄럽게 왜 그래, 라벤더야.”
살랑이는 바람결에 퍼져가는 라벤더 향기에 유채꽃이 크게 숨을 들이켜요.
“사람들이 오고 있어. 다들 최대한 아름답게!”
목련은 키가 커서 저 멀리까지 볼 수 있어요. 목련의 말대로 사람들이 하나둘 동산으로 올라와요. 꽃들이 꽃매무새를 가다듬네요.
“어머, 예뻐라!”
“향기도 너무 좋다.”
꽃들 앞에 걸음을 멈춰 선 사람들의 표정이 꽃처럼 환해요.
“얘들아, 얘들아. 내가 여기 있는 꽃들 꽃말 알려줄까?”
“꽃말?”
“왜 꽃마다 가진 의미들 있잖아. 장미는 사랑, 백합은 순결, 네잎클로버는 행운. 이런 거.”
“어머 어머, 뭔데 뭔데?”
이웃 마을 수다쟁이 아가씨들의 대화에 꽃들도 귀가 솔깃해요.
“튤립은 말이지, 매혹 그리고 영원한 애정이야. 경솔이란 의미도 있고.”
“그럼 벚꽃은?”
“순결, 절세미인을 뜻한대. 그래서 절세미인 벚꽃을 보러 사람들이 몰리는 건가 봐.”
“라벤더는?”
“풍부한 향기, 정절. 그러고 보면 꽃이 정말 꽃말처럼 생긴 것 같아. 목련 봐봐. 고귀라는 꽃말대로 우아하잖아. 유채꽃 꽃말은 쾌활이고.”
“어머, 유채꽃은 딱 너다.”
“그런가? 호호호호.”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밤이에요. 축제 첫날이라 피곤할 만도 한데, 꽃들은 무슨 이야기를 저리 할까요?
“내 미모가 정말 빛이 나긴 하지. 절세미인이라니, 후후.”
“너 아침이랑 많이 다르다. 나의 매혹적인 꽃봉오리를 봐. 진짜 미인은 나야.”
“튤립, 너무 경솔한 거 아니야? 겉모습이 뭐가 중요해. 자고로 꽃이라면 나처럼 향기가 풍부해야지.”
“얘들아, 그만해! 대체 왜 이러는 거니? 우린 고귀한 꽃들이라고. 우아하게 해결할 수는 없겠니?”
꽃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싸우네요. 이런, 벌써 해가 떴어요. 조금 있으면 사람들도 올 텐데….
“오늘은 꽃들이 생기가 없어 보여요.”
“어제는 고왔는데 희한한 일이군. 가을 전에 동산 꽃들이 지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역시나 마을 사람들이 단번에 알아봐요.
“여보, 저쪽에 진달래가 한가득 피었대요. 진달래 보러 가요.”
“좋지.”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옮겨요. 밤새 다툰 꽃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꾸벅꾸벅 졸기만 해요. 낮에는 햇볕도 많이 먹어둬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아함, 잠깐 졸았는데 노을이 졌네.”
“사람들이 잘 안 오니까 잠이 쏟아진다.”
“그런데 벚꽃, 너 가지가 왜 그래?”
벚나무 가지가 힘이 없어서 꽃자루들이 떨어질락 말락 했어요.
“절세미인이라더니, 꼴 좋다. 큭큭.”
“그러는 유채꽃 너는! 꽃부리가 다 말라 갖고는.”
“어? 언제 이렇게 됐지? 잠깐, 너희 다 이상해.”
다들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요. 하루아침에 시들시들해지니 그럴 만도 하지요.

“목련이 우리가 먹을 영양분까지 다 가져간 거 아니야? 제일 크잖아.”
“어머, 지금 나 의심하는 거니? 어쩜 그렇게 경솔할 수가. 하, 나는 고귀해서 그런 치졸한 일은 안 해. 나는 키만 크지, 몸통이 빼빼하다고. 크기로 따지면 벚나무가 우람하지.”
“뭐? 너 나 질투하는구나?”
“내가? 나처럼 우아한 꽃이 너를?”
“이 좁은 데에 너무 많은 꽃이 피어서 그래. 난 여기를 떠나겠어. 내일은 내 풍부한 향기를 퍼뜨려서 벌이랑 나비를 불러 모을 거야. 벌, 나비에게 내 씨를 저 멀리 있는 넓은 들판에 뿌려달라고 해야지.”
“그래, 잘 가. 쾌활한 내가 네 자리까지 노오랗게 채워줄게. 사람들 기분이 훨씬 좋아질걸.”
“그건 안 되지. 매혹적인 튤립이 동산 입구를 넓게 장식해야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어이쿠, 꽃들이 또 싸우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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