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냄새지?”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났어요. 슬슬 배가 고파진 토비는 냄새 나는 쪽을 두리번거렸어요. 한 나뭇가지 끝에 큼지막한 벌집이 보였어요.
“쩝, 맛있겠다.”
토비의 혼잣말을 들은 듯, 꿀벌이 나무 위에서 소리쳤어요.

“윙윙, 고슴도치다!”
주위에 있던 벌들도 토비를 쳐다봤어요.
“이야, 저 가시 좀 봐.”
토비는 부끄러워서 몸을 말았어요.
“정말 멋지다. 내 침은 한 번밖에 못 쓰는데, 나도 저렇게 많은 가시가 있으면 좋겠다.”
토비는 고개를 들고 벌들에게 말했어요.
“너희들은 달콤한 꿀을 구할 수 있잖아. 나도 그런 달콤한 세상에서 살고 싶어. 나는 내 가시가 정말 부끄러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가시로 상처를 많이 주거든. 특히 가족들에게….”
여왕벌이 말했어요.
“가시는 너를 지켜주는 소중한 존재야. 그런데 그거 알아? 꿀이 아니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걸 줄 수 있다는 거.”
“어떻게?”
“따뜻한 말 한마디나 안아주는 애정 표현으로 말이야. 사랑보다 달콤한 건 이 세상에 없거든.”
여왕벌이 토비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다 꿀 한 방울을 떨어트려 주었어요. 풀에 묻은 꿀에 혀를 살짝 대자 달콤함이 온몸에 퍼졌어요.
⁕⁕⁕
숲속 끝 마을에 도착한 토비는 다리가 아팠어요. 몸은 흠뻑 젖어 으슬으슬 떨렸고요. 배도 고프고 피곤하니 집에 돌아가고 싶었어요. 설상가상 갑자기 바람은 세게 불고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어떡하지. 너무 무서워.”
토비는 나무 아래로 가서 몸을 웅크렸어요.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울릴 때마다 귀를 틀어막았어요.
‘집에 있을걸. 엄마랑 같이 있을걸….’
가족들이 생각났어요. 지금쯤 토비가 사라진 걸 알고 숲속 이곳저곳을 다니며 찾고 있을지도 몰라요. 토비는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어요. 아플 때마다 밤새 가시를 쓰다듬어주던 엄마, 시간 날 때마다 함께하며 벌레 잡는 법을 가르쳐주던 아빠, 천둥번개가 칠 때면 자신의 손을 꼭 잡던 토토까지.
“엄마… 아빠… 토토야…. 나 여기 있어….”
⁕⁕⁕
잠깐 잠이 든 새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었어요. 토비는 웅크린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켰어요. 그때 토비 앞에 근사한 풍경이 펼쳐졌어요. 파란 하늘 위로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떠 있었어요. 라니가 말한 대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크고 아름다운 무지개였어요.
‘비가 갠 후에는 저렇게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는구나.’
그동안 답답했던 토비의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요. 무지개가 떠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토비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에 충분했어요. 예쁜 무지개를 보고 있자니 가족들이 보고 싶어졌어요.
“엄마도, 아빠도, 토토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토비는 깨달았어요. 무지개는 혼자 볼 때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볼 때 기쁨과 감동이 커진다는 것을요. 아니 어쩌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눈앞의 무지개보다 훨씬 아름답고 소중할지도요. 토비는 걸어온 길을 되돌아 열심히 달려갔어요.
⁕⁕⁕
집 앞에 도착하니 엄마와 아빠, 토토가 모두 밖에 나와 있었어요. 엄마가 한달음에 달려와 토비를 꽉 안아주었어요. 토비는 왈칵 눈물을 쏟았어요.
“엄마,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엄마도 울먹이며 말했어요.
“괜찮아, 토비야. 무사히 돌아와 줘서 고마워.”
아빠가 토비의 가시에 꽂힌 낙엽을 떼어줬어요.
“우리 토비, 요즘 많이 힘들지? 아빠가 미안해.”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해요, 아빠.”
토토도 조심스럽게 다가왔어요.
“누나, 진짜 걱정했어. 괜찮아?”
“응. 괜찮아. 고마워, 토토야.”
토비는 가족들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이렇게 따뜻한 가족의 품을 답답하게만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어요.
그날, 토비는 부모님과 함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어요. 부모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니 부모님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걱정했는지를 알게 되었지요. 엄마 아빠는 토비와 대화하고 싶어도, 안아주고 싶어도 토비가 싫어할까 봐 용기를 내지 못했다며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어요. 가족들은 토비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있었던 거예요.
토비는 알았어요. 강한 바람에도 자신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부모님이 늘 곁에서 함께해 주었기 때문이었어요. 가족이 다시 끈끈해진 데에는 부모님의 기다림이 있었고요.
이후 토비는 부모님에게 더 다가가고, 힘든 일이 있으면 먼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어요. 휴일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고 토토의 숙제를 도와주기도 했지요. 물론 여전히 예민하게 굴 때도 있고 토토와도 자주 다투지만, 예전보다는 좋아졌어요. 조금씩, 꾸준히 나아지는 중이지요.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뜨듯 토비의 얼굴에도 먹구름이 사라지고 무지개처럼 환한 미소가 떠올랐어요.

※작가의 말※
사춘기였던 딸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몇 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하나님의 은혜로 잘 이겨내어 딸아이는 학교생활, 가정생활, 신앙생활을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에 평화와 행복의 무지개가 떴다고 해야 할까요?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동화를 썼습니다. 부족한 솜씨로나마 저와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사춘기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