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

<나의 아이>
요즘 아이와 눈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같은 집에 있어도 서로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 사춘기니까.’
다들 겪는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문득문득 마음 한쪽이 시려온다.

밥을 제때 챙겨주고, 옷도 미리 개어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걸까.
혹시 내가 너무 바빠서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건 아닐까.
아직도 ‘엄마’라는 이름이 낯설 때가 있다.

오늘도 조용히 일기를 써 내려갔다.
이런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싶었다.

어느 늦은 밤.
방문을 여는데 눈에 띄는
작은 메모지 한 장.

“엄마는 부족하지 않아요.
내 엄마여서, 정말 고마워요.”

몇 글자 되지 않는 쪽지를 읽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뜨겁게 벅차올랐고,
말 대신 눈물이 나왔다.

아이도 나를 보고 있었구나.
서툴고 부족한 엄마였지만
마음만은 가닿은 걸까.

오늘은 일기보다는
쪽지의 답신으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나의 엄마>
엄마는 항상 강해 보였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거뜬히 들고,
늦게까지 일하고도 다음 날 아침밥을 차려주셨다.
나는 그런 엄마가 당연했다.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보았다.
작고 닳은 공책.
조심스레 펼치자 삐뚤빼뚤한 글씨가 보였다.

“오늘도 아이가 말이 없었다.
사춘기라지만 괜히 마음이 쓰인다.
나 때문에 힘든 건 아닐까.
더 잘해주고 싶은데.
내 마음이 닿지 않는 것 같아
그냥… 미안하다.”

나는 처음으로
엄마가 약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던졌던 날카로운 말들,
굳게 닫았던 방문,
고개 돌려 외면했던 시선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까.

그날 밤,
나는 엄마의 방문 앞에
쪽지를 붙여놓았다.

“엄마는 부족하지 않아요.
내 엄마여서, 정말 고마워요.”

얼마 뒤,
엄마의 방문 앞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굳이 나가보지 않아도
그 순간
엄마가 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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