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의 고백


유난히도 어둡고 춥던 새벽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을 부인했습니다
“모릅니다”, “저는 그를 알지 못합니다”, “나와 상관없는 분입니다”

당신의 눈길이 이 죄인 곁을 스쳤을 때
한동안 돌처럼 굳어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나지 않겠다고
당신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한순간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여
거룩하신 보혈로 나를 사신 당신을 부인했습니다

갈릴리로 돌아와 어부로 지냈지만
제게 남은 건 공허한 마음과
고기 없는 빈 그물뿐이었습니다

해변의 물결처럼 부끄러움이 밀려왔고
반짝이는 윤슬 위로 패역한 죄인의 모습이 비쳤습니다

마음과 뜻과 목숨을 다하여 사랑하겠노라 했던 다짐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아아,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당신의 고통을 뒤로한 죄인을 용서하소서

주신 양 떼를 끝까지 돌보며
당신 앞에 진정 어린 회개의 삶을 살겠습니다

당신을 부인했던 입술로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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