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여름, 한 학생이 제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믿음 안에서 이루고 싶은 일이 많은데 정작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고요. 사실 그 고민은 이 학생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책가방을 메던 시절의 저는 날마다 새로운 꿈이 솟아났습니다. 은혜로운 문장으로 많은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글 선지자가 되고 싶었고, 복음의 불모지에 나가 하나님의 진리를 전파하는 해외 선교사도 되고 싶었습니다. 신앙 안에서 약간의 방황기를 겪고 나서는 인자하신 하나님을 닮은 목회자가 되고 싶었지요. 복음의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저를 그려보다가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큰 꿈에 비해 저 자신은 초라해 보였습니다. 문득문득 욕심이 과한가 싶어 주눅 들었고, 남들과 비교하며 저의 부족한 역량을 비관했습니다. 그런 때일수록 ‘하나님 안에서는 약할 때 강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더군요. 약한 만큼 하나님을 의지하게 되니 강해질 기회가 더 많은 셈이었습니다. 지금의 여러분에게도 ‘환경에 위축될 것 없이 꿈을 크게 품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학창 시절, 매월 초 안식일이면 평소보다 들뜬 걸음으로 교회에 갔습니다. ‘소울’ 신간 호를 받는 날이어서요. 저와 소울은 끈끈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소울을 읽으며 여가 시간을 보내니 믿음을 다질 수 있었고, 심신에 해로운 유혹거리에도 빠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소울을 읽는 것만으로 만족하다가 언젠가부터 ‘나도 한번 글을 투고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식구들이 쓴 글을 읽으며 마음속 감동을 글자로 풀어내는 법도 배워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투고한 원고가 소울에 실렸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당신의 사랑을 성경과 진리 책자로 남기신 하늘 아버지를 떠올리며 구체적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은혜로운 글로 하나님의 사랑을 알리는 글 선지자가 되게 해주세요.’
시간이 흘러 예비청년 모임에 참여했을 때, 제 이름을 본 한 형제님이 소울에서 봤던 이름이라며 말을 건네왔습니다. 같은 학생의 입장이라 제 글에 공감했다며, 지칠 때 위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우면서도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렇게 제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하나님은 저를 글 선지자로 만들어주고 계셨습니다. 학생 기자로 활동하는 축복을 받았고, 문예 창작을 전공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한편, 전 세계에서 꿈을 펼치는 청년 선배들은 제게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선배들을 보며 마음속에 두 번째 꿈이 자리 잡았습니다. 바로 ‘해외 선교사’입니다. 현실만 따지면 꿈은 멀어 보였습니다. 할 줄 아는 외국어라고는 영어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잘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고요.
장애물은 그뿐 아니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겁니다. 해외는커녕 국내 활동조차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답답함에 텅 빈 운동장을 걷기도 했습니다. ‘내게는 해외 복음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나 보다’ 하며 쓴 눈물을 삼켰지요.
긴 터널에도 끝은 있었습니다. 꾸준히 아르바이트하며 자금을 모으는 동안 하늘길이 다시 열린 겁니다. 곧장 동유럽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부푼 기대감으로 캠퍼스에 간 개강 첫날, 정문에서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 월등한 신장을 가진 파란 눈의 현지인들 사이에서 위압감을 받았거든요. ‘낯선 타국에 나 혼자, 캠퍼스에 동양인은 나뿐’이라는 두려움이 저를 위축시켰습니다. 그래서 학교 정문에 들어설 때마다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이 너와 함께하느니라’(수 1장 9절) 하신 말씀을 되뇌었습니다.
고난은 축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대학교에서 하늘 가족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유학 생활이 행복해졌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 아래, 캠퍼스에서 당당히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해외 선교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해 주신 축복을 제 믿음의 바구니에 하나씩 담으며 따르다 보니 감사하게도 학생부를 지도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간혹 바쁜 일상을 버거워하며 주눅이 든 학생들이 보였습니다. 도약의 날개가 되어야 할 꿈이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어 어깨를 짓누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집에서 학교로 그리고 다시 집으로. 반복되는 일상에 매이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광대한 꿈에 비해 나 자신은 한없이 작고 연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런 순간마다 우리가 온 우주를 경영하시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시야를 넓혀 전 세계로 힘차게 발을 내딛길 바랍니다.
하나님과 함께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장착하고 달려가 보세요. 어느새 꿈이 현실로 이루어져 있을 것입니다. 저도 언제나 학생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