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저녁이면 식물들이 다 같이 물을 먹습니다. 어느 날, 당회장님이 새 분무기로 화분에 물을 주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보는 제게 당회장님이 식물을 하나 길러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식물마다 언제 얼마나 물을 줘야 하는지 달라요. 햇빛을 쐬어야 하는 식물이 있고 그늘진 곳에서 키워야 하는 식물도 있어요. 식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알아봐야 해요.”
당회장님은 식물을 똑같이 다루면 안 되듯 식구들마다 어떤 말씀을 가르쳐주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식물 키우기라니, 처음엔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제가 키운 식물들은 금방 죽어버렸거든요. 며칠 후 엄마가 베란다에서 텃밭을 갈아엎고 거름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문득 당회장님의 말씀이 떠올라 지난봄 교회 행사에서 받아온 방울토마토 재배 키트를 꺼냈습니다. 동글동글 예쁜 열매가 맺힐 거란 기대에 부풀어, 물을 준 다음 텃밭 옆에 뒀습니다. 엄마가 겉흙이 건조하지 않게 자주 물을 뿌려주라고 해서 꼬박꼬박 물도 주었습니다.
물을 잘 주었으니 금세 싹이 돋을 줄 생각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베란다에 갔는데 아직 싹이 안 보이는 겁니다.
“엄마, 싹이 안 트는데 이거 자라는 거 맞아요?”
“심은 지 이제 이틀째인데 어떻게 벌써 싹이 트니?”
엄마의 말을 듣고 제 성격이 급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식물이 자라는 데 물을 주고 햇빛을 쐬어주는 것 외에도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그 순간 작년에 학생부로 올라온 자매님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진리 발표를 어려워해서 여러 번 도와주었지만 자매님이 스스로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해도 아무 말이 없어 답답했는데 제가 챙겨주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다려주는 일입니다. 식물마다 자라는 속도와 시기가 다르듯 식구들도 영적인 성장 속도와 시기가 다를 텐데 왜 그 사실을 더 빨리 깨닫지 못했을까요. 자매님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살펴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습니다.
말이 없는 식물에게 관심을 기울여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듯, 식구들마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며 관심을 쏟고 기다려 주겠습니다. 함께 아름다운 믿음의 열매 맺기를 바라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