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나오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
마음이 시원하기는커녕 무거워졌다.
냉랭해진 분위기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거실로 나가보니 베란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조용히 베란다로 얼굴을 내밀었을 때 눈에 들어온 광경을 잊을 수 없다.
엄마가 몸을 한껏 구부리고 앉아 수북이 쌓인 양파를 까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왠지 그 순간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작게 느껴졌다.
삭삭 양파 까는 소리가 집을 메웠다.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엄마는 양파를 까고 또 깠다.
엄마를 울린 건 양파였을까, 나의 매정한 말과 행동이었을까.
엄마에게 물었다.
“도와줄 거 없어?”
“됐어.”
간결한 대답이었지만 나를 보는 눈빛과 목소리에서 변함없는 사랑이 느껴졌다.
갑자기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베란다를 재빨리 벗어났다.
양파 까는 시간이 엄마가 눈물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삭삭, 양파에서 나는 소리와 냄새가 적막한 집 안을 채웠다.
알싸하고 달짝지근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