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런 동생이 둘이나 있습니다.
둘째와는 세 살 터울, 막내와는 여섯 살 터울이지요.
닮은 듯 안 닮은 듯 개성 강한 저희 세 자매가
서로서로 주고받는 시시콜콜한 인터뷰, 한번 들어보실래요?
<첫째 김지우>

가끔씩 외동딸 놀이를 즐기는 세 자매의 맏이입니다.
하지만 동생들의 언니인 것도 좋아요.
외동딸 놀이요?
말 그대로 외동딸인 척하는 거죠. 원래 막내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잖아요. 가끔 막내가 엄마랑 안 붙어 있으면, 엄마 아빠 사이를 가르고 가운데에 딱 서서 “난 외동딸~. 부럽지?” 하고 둘째랑 막내를 쳐다봅니다. 그럼 동생들이 저를 한심하게 쳐다봅니다.
첫째라서 서러운 순간이 있나요?
둘째랑 저는 거의 쌍둥이처럼 자랐어요. 그런데 제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더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면… 으으, 동지를 잃었다는 생각에 서러워요.
동생들이 있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성격이 소심한데 동생들은 대담해요. 항상 도전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동기부여가 돼요.
막내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느 날은 제가 만든 캐릭터에 푹 빠졌더군요. ‘우개’라는 이름의 지우개 모양 캐릭터인데, 막내가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그 캐릭터의 이야기를 만들어줬어요. 애니메이팅(인물이나 물체의 움직임을 만드는 작업)이 깔끔하고 스토리가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막내가 친구들한테도 보여줬는지 막내 친구들이 저를 알아봅니다. 듣기로는 16화까지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아직 다 보지는 못했어요. 그나저나 파워포인트를 독학으로 익히다니, 학교 과제 할 때 막내한테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는 재능이 정말 많아요. 악기 다루는 재능도 대단하지만 만들기 실력도 굉장해요. 한번은 양모 펠트 세트를 사와서 몇 날 며칠을 앉아 바늘로 양털 뭉치를 콕콕 찌르고 있길래 뭐하나 했는데, 아주 귀여운 햄스터 인형을 만들어냈어요. 그걸 팔겠다고 하더니, 진짜 둘째 친구들이 귀엽다고 사갔다더라고요. ‘나는 저런 생각은 못 해봤는데. 도전적이구나’ 싶었어요. 이번에 초등학교에서 전교 부회장에 이어 전교 회장도 노려본다고 하던데, 잘되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동생들이 싫을 때는 언제인가요?
의견이 안 맞을 때요. 이때는 가위바위보를 하죠. 정말 정당하게 승부를 가리는 방법이에요.
동생들과 관련된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막내가 태어났을 때요. 새벽 잠결에, 엄마가 아빠에게 양수가 터졌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잠이 확 깨서 자고 있던 둘째를 질질 끌고(?) 옷 방에 데려가 양말을 신기고 옷을 입혀줬어요. 빨리 병원에 가야 하니까요.
병원에 도착하고 기억나는 건 엄마가 분만실에 들어갔을 때예요. 둘째는 잠들었고 아빠랑 저는 막내 이름을 정하고 있었어요. 저는 ‘지혜’를 추천했는데 아빠가 우리 집 아이들 이름은 ‘지’와 ‘ㅇ(이응)’ 돌림이어야 한다지 뭐예요. 그래서 ‘지예’로 하자고 했더니 이번에는 별로라더군요. 허무하게 대화를 마치고 둘째 옆에서 마저 잠을 잤어요.
막내 이름은 결국 ‘지아’로 정해졌답니다. 와~.
또 생각나는 일이 있나요?
둘째랑 체격이 비슷해서 옷을 공유해요. 언젠가 여름옷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같이 입을 옷을 고르는 중이었어요. 저는 원색 계열의 화려한 반팔 셔츠를, 둘째는 무채색의 무난한 티셔츠를 원했어요. 서로 자기가 고른 옷이 더 낫다고 다퉜죠.
생각해 보니 저희 둘은 취향이 겹치는 게 없어요. 혹시 음식 취향도 그럴까 싶어 좋아하는 중식 메뉴를 물어봤어요. 동생은 짬뽕, 저는 짜장면. 심지어 탕수육을 먹을 때 둘째는 찍먹(소스 찍어 먹기)파, 저는 부먹(소스 부어 먹기)파예요. 저희 정말 다르죠?
<둘째 김지원>

안녕하세요. 위로 언니 한 명, 아래로 동생 한 명을 둔 둘째입니다. 언니, 동생 덕분
에 재밌게 살고 있습니다. (진짜?) …하하하하.
둘째라서 서러웠던 순간이 있나요?
언니는 듬직하다고 칭찬받고 막내는 귀엽다고 칭찬받는데, 저는 아무 칭찬도 받지 못할 때요.
그래도 언니, 동생이 있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언니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꿀팁(?)을 가르쳐줘서 좋아요. 제가 곧 언니가 다니는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교복 입는 법이랑 중학교 소식을 미리 알려줘서 좋았어요. 제일 좋았던 팁은 “시험에서 조금 모르면 ③번, 많이 모르면 ④번으로 찍어라!”입니다.
그리고 언니는 제가 떼를 써도 덤덤히 받아주고, 고민 있을 때 이야기 들어주고, 맛있는 것도 사줘요. 언니는 뭐가 맛있는지 잘 알아서, 제가 빵을 먹으려 하면 무슨 빵이 제일 맛있는지 추천해 주고요.
동생은…. (오랜 고민 후 막내를 바라보며) 놀릴 수 있다?
반대로 언니, 동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언제인가요?
언니는 알람 안 끄고 계속 잘 때요. 시끄러워서 제가 대신 꺼요.
동생은 항상? (왜요?) ‘현실 자매’는 원래 그런 거예요.
언니, 동생과의 추억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언니랑 단둘이 옆 동네로 놀러 갔다가 길 잃고 고생한 거요.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갔는데 모르는 길이라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내려버렸죠. 동네 한 바퀴를 삥 돌아도, 지도를 아무리 봐도 어딘지 모르겠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저희 둘 다 길치였더라고요.
나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언니한테 말했죠. “이제 언니랑 안 나갈래”라고요. 그랬더니 언니가 “나도 힘들다”라고 했어요.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언니랑 밖에서 논 기억이 없습니다.
동생에 관해 기억나는 건, 잠자고 일어났는데 김지아(막내)가 저를 발로 차고 있었어요. 무의식적인 잠꼬대였겠지만 3초에 1번꼴로 차더라고요. 이 현상이 주기적으로 일어나요…. 너무 무서워요!
<막내 김지아>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김지아고요. 성격은 활발해요.
셋째라서 서러운 순간이 있었나요?
용돈을 제일 적게 받는 거요.
그래도 언니가 둘이라서 좋은 점이 있나요?
음, 언니들이 먹을 거를 많이 줘요. 아니, 아니… 언니들이 예뻐서 좋아요.
(협박 안 했습니다.)
반대로 언니들이 싫을 때가 있나요?
화낼 때요. 언니들이 화내면 저도 짜증이 나요.
언니들과의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첫째 언니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 겨울방학에 저와 놀아줬던 일이요. 언니랑 문구점에서 간식거리를 잔뜩 산 다음, 경치 좋은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에 누워 맛있게 먹었어요.
왜 그 일이 기억에 남았어요?
행복해서요.
둘째 언니와의 추억도 있나요?
둘째 언니랑 언니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았던 거요. 같이 버블티도 먹고, 떡볶이
도 먹고…. (둘째: 그치, 내가 뭐 많이 사줬지.) 응, 맞아.
마지막으로, 본인이 시를 잘 쓴다고 하던데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시를 잘 쓴다고 선생님한테 15번 정도 칭찬받았고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국어 시 쓰기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어요!(으쓱)
인터뷰하려고 동생들을 겨우겨우 자리에 앉혔습니다.—그나마 막내가 협조적이었죠.—힘들었지만 다행히 동생들이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인터뷰하면서 새로 알게 된 점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잠들었을 때 알람 소리를 못 듣는 거요. 어쩐지 알람이 안 울린다 싶더라니, 둘째가 대신 꺼준 거였네요. 막냇동생의 잠버릇도 그렇고, 둘째가 중간에서 고생이에요.
취향도, 성격도 다르지만 저희 세 자매는 우애가 정말 좋습니다. 특히 어릴 때는 막내를 신경 써야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제가 거의 둘째를 돌봤습니다. 학교 마치면 유치원에 가서 동생 데려오기가 일과였으니까요. 아직도 아기 지원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요. 아기 때는 정말 예뻤는데…. 지금은 조금 예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저희가 함께 모이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동생을 친구보다 더 모르게 된 것 같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앞으로 동생들과 더 끈끈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습니다.
“내 동생들, 언니랑 함께해 줘서 고마워!”
이상,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좌충우돌 세 자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