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누와 잎 下

해가 조금 기울자 엄마가 다시 잠에 빠졌어요. 리누도 나른했지만 엄마가 깊게 잠들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어요. 엄마의 숨소리를 듣던 리누가 주머니 사이를 비집고 밖으로 나왔어요. 처음 나온 바깥세상은 어색하고, 벌거벗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기필코 유칼립투스잎을 맛볼 거니까요. 리누는 조심조심 나뭇가지를 타고 가장 푸르른 잎을 골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입 베어 물었어요.
“우아, 진짜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잎을 엄마 혼자 먹다니 너무해!”
리누는 씁쓸하면서도 달달한 잎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어요. 신나서 다른 잎을 한 움큼 뜯어 먹을 때 뒤에서 바스락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리누는 얼른 엄마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어요. 그런데 무슨 일일까요? 나무를 처음 타서인지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숨이 가빠지더니 머리가 어지러웠어요.
“후, 후…. 어, 으악!”
리누가 나무에서 떨어졌어요! 리누는 온몸이 뜨겁고 아파서 엉엉 울음이 터졌어요. 그 소리에 엄마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어요. 엄마는 땅에 있는 리누를 보고 소리쳤어요.
“리누야!”
리누는 그만 정신을 잃었어요.

도닥거리는 손길에 눈을 뜬 리누는 엄마의 주머니 안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아직 머리는 조금 아파도 포근한 품, 익숙한 냄새에 마음이 편안했어요. 엄마를 부르고 싶었지만 크게 혼날 것 같아 무서웠어요. 그때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리누야, 엄마가 미안해. 얼른 일어나 주렴.”
리누가 마음이 놓였는지 눈물을 퐁퐁 쏟아냈어요. 그리고 엉금엉금 기어 나와 엄마에게 매달렸어요.
“으앙! 엄마, 죄송해요. 사실 엄마를 의심해서 그랬어요.”
리누는 엄마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아가,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잘 설명해 줬어야 했는데….”
엄마는 리누를 달래며 리누가 왜 잎을 먹을 수 없는지 자세히 말해주었어요. 어린 코알라는 아직 약해서 유칼립투스잎에 든 독을 소화할 수 없대요. 그래서 엄마가 주는 젖과 이유식을 열심히 먹고 튼튼해져야 하는 거래요.
“엄마, 앞으로 절대 투정 부리지 않을게요.”

훌쩍 자란 리누가 엄마 등에 업혔어요. 이제 잎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아요. 루루네 엄마와 까치 아주머니처럼, 엄마도 가장 먹기 좋은 잎을 따서 리누에게 챙겨줘요. 엄마 한 장, 리누 한 장. 서로 잎을 골라주며 즐겁게 식사할 때 루루가 껑충껑충 지나갔어요.
“루루, 안녕? 날씨가 너무 좋지?”
“응. 그런데 네가 웬일로 잎을 먹어?”
리누는 엄마가 따준 잎을 자랑스레 흔들었어요.
“나도 이제 잎을 먹을 수 있어! 그리고 전에는 네가 착각한 거야. 엄마는 항상 나를 사랑해 줬어. 지금도 날 무척 사랑하시고.”
루루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더니 가던 길로 뛰어갔어요. 리누가 엄마의 등에 꼭 붙으며 다짐했어요.
“엄마, 제가 더 크면 맛있는 잎도 많이 따드리고, 업어도 드릴게요!”
“우리 리누, 기특하네!”
엄마가 고개를 돌려 따사로운 미소를 지었어요. 리누는 더 이상 엄마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아요.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니까요. 리누는 엄마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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