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소쩍.
소쩍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슬쩍 목련 가지에 앉아요. 스프링스 마을 숲에 사는 소쩍새 할아버지예요. 할아버지는 좀처럼 숲에서 나오는 일이 없는데, 꽃동산까지 무슨 일일까요?
“소문대로구만. 쯧쯧.”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그런데 무슨 소문이요?”
“낮에 좀 쉬려고 하면 참새들이랑 종다리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던지. 꽃동산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해야 할 꽃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아름다움을 잃어간다고 말이야.”
“에이, 요 며칠 새들은 오지도 않았는걸요. 게네가 어떻게 알겠어요.”
“딱 보면 알겠다!”
할아버지의 호통에 꽃들이 움츠러들어요.
“우리 새들에게 봄은 노래하는 계절이란다. 다들 꽃동산에 앉아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을 게야. 그런데 너희 모습을 봐라. 사람들도 그냥 지나치는데 새들이라고 오고 싶겠니, 다른 꽃나무에게 가지. 그래, 얘기 좀 들어보자. 요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그러고 보니 축제 첫날만 해도 사이좋았는데, 우리 무슨 일이 있었지?”
“왜, 여럿이 몰려온 아가씨들이 꽃말 이야기했었잖아. 너는 고귀, 나는 절세미인, 튤립은 매혹과 경솔….”
“나는 쾌활, 얘는 풍부한 향기.”
“아, 맞다. 그러고 나서부터 서로 내가 제일 예쁘다고 실랑이했지.”
할아버지가 마구 웃어요. 꽃들이 어리둥절해서 할아버지를 쳐다봐요.
“아이고, 얘들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니.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어떤 이야기요?”

“와, 할아버지 그런 능력도 있으세요?”
“당연히 없지!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란다. 너희 꽃들에 꽃말을 지어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너희 모두 그러한 꽃말과 어울리긴 하다만, 거기에 연연하지 말거라. 그것과 상관없이 너희는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니까. 또 한데 어우러져서 더욱 아름답지.”
“그럼 저희는 왜 시들어가는 거예요? 저희는 이제 아름답지 않아요. 벌도 나비도 피하는걸요.”
라벤더가 울상이에요.
“이곳 꽃들의 제일 중요한 영양분이 사랑이기 때문이지.”
“사랑이요?”
“스프링스 꽃동산은 세상의 꽃들이 함께 피어나는 곳이야. 전혀 다른 꽃들이 서로를 도와주고 조화를 이루면서 봄여름 내내 지지 않는 신비한 힘을 만들어내지. 스프링스의 꽃과 나비, 새들도 사랑의 향기를 맡고 오는 거란다. 그런데 미워하고 싸우니….”
꽃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해요.
“숲에, 또 돌길에도 작고 이름 모를 풀꽃들이 피어나지. 참으로 곱단다. 이름이 없어도, 누가 의미를 주지 않아도 그 자체가 아름다워. 너희가 이곳에 피어나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희는 아름다운 존재란다. 그런 아름다운 너희들이 함께 피어나니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거고.”
“할아버지, 저 꽃말 다시 정했어요.”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채꽃을 바라봐요.
“우리… 서로 사랑해요!”
유채꽃의 한마디에 오랜만에 해사한 웃음꽃이 피어나요.

“너무 아름다워요. 꽃동산은 입구부터 장관이네요.”
어제는 꽃동산 입구의 꽃들이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느라 바빴어요. 조금씩 조금씩 싱싱한 빛깔과 향기가 돌아더니 드디어 오늘, 그동안 못다 펼친 아름다움을 마음껏 드러내네요. 스프링스 꽃동산에 사랑의 향기가 가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