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모래가 튀잖아!”
왼짝이 소리쳤어요.
“왼짝아, 좀 참아. 그래야 사랑이 발이 안 아프지.”
“지금 내가 아픈 걸 어떡하라고! 아야!”
왼짝은 얼굴을 찡그렸어요.
“자, 이제 달리기 연습을 할게요. 4명씩 한 조예요. 저쪽 선까지 달리면 돼요. 옆 사람 밀치지 말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달리세요.”
“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자 아이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열심히 뛰었어요. 사랑이 차례가 되었어요.
삐이익!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사랑이가 뛰었어요.
“아이고, 나 구겨지네!”
“왼짝아, 힘주지 마! 사랑이 발이 가는 대로 따라가자!”
오른짝의 말에도 왼짝은 끝까지 몸에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잔뜩 힘을 주었어요.

사랑이가 넘어졌어요. 선생님과 아이들이 사랑이에게 달려왔어요.
“사랑아, 괜찮아?”
“이런, 신발 때문인가? 뒤꿈치가 다 까졌네.”
사랑이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사랑이가 힘없이 집에 왔어요. 엄마는 걱정하며 사랑이를 달랬지요. 신발들이 모여 수군거렸어요.
“어머, 사랑이가 오늘 기분이 별로인가 봐.”
“그러게 말이야. 어제까지만 해도 운동회 연습 한다고 좋아하더니.”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
옆에 있던 사랑이 운동화 오른짝이 조그맣게 말했어요.
“오늘… 달리기 연습 하다가 넘어졌어요.”
멀리서 아빠 샌들이 한마디 했어요.
“뻔하다 뻔해. 너희가 새것 티 낸다고 사랑이를 배려 안 했겠지. 안 그러면 달리기 잘하는 사랑이가 왜 넘어졌겠어?”
사랑이 운동화는 고개를 푹 숙였어요. 엄마 구두가 사랑이 운동화를 감쌌어요.
“너무 그러지 말아요. 사랑이 운동화는 모든 게 처음인데 어설플 수 있죠.”
“그럼요. 우린 뭐 처음부터 잘했나요?”
신발들은 입을 꾹 닫았어요. 엄마 구두는 노란 운동화에게 조용히 말했어요.
“괜찮아.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너희가 사랑이의 운동화란 걸 명심해. 다음에는 사랑이를 잘 도와주렴.”
왼짝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어요.
“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고집부려서…. 오른짝아, 미안해. 네 말을 들었으면 사랑이가 다치지 않았을 텐데.”
“아니야, 나도 어제 아빠 구두가 해주신 이야기를 전해줬어야 했는데,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빠 구두가 뭐라고 하셨는데?”
오른짝은 아빠 구두의 이야기를 다 들려주었어요. 왼짝이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사랑이가 내일부터 우리 안 신으면 어떡해. 으아앙.”
엄마 구두가 노란 운동화를 꼭 안아주었어요.

“사랑아, 차 조심하고 잘 다녀와.”
사랑이가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현관 앞에 섰어요. 사랑이의 뒤꿈치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지요. 노란 운동화는 잔뜩 풀이 죽었어요. 잠시 망설이던 사랑이는 노란 운동화를 자기 앞으로 끌고 왔어요.
“사랑아, 그거 신게?”
“네.”
노란 운동화는 신이 나서 말했어요.
“우리를 신는대!”
“우아! 우리 사랑이가 아프지 않게 해주자!”
현관에 있던 다른 신발들도 기뻐하며 응원해 주었어요.
“오늘은 잘하고 와.”
“조심히 다녀오렴!”
“감사합니다!”
사랑이는 노란 운동화에 조심히 발을 넣었어요. 엄마가 걱정하며 말했어요.
“아프지 않겠어?”
“반창고 붙여서 괜찮아요. 그리고 신발들도 반성했을 거래요.”
“호호, 누가 그런 말을 해줬어?”
“아빠가요, 히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운동회 날이 되었어요. 사랑이가 일찍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네요. 아침을 든든히 먹은 사랑이가 체육복을 입고 현관 앞에 섰어요.
“오늘도 잘 부탁해.”
여기저기 주름지고 때가 탄 노란 운동화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우리만 믿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