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자라고 몸이 커질수록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가 약해진다는 겁니다.
저에게 엄마는 가장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꿰는 사람, 아무리 아파도 나를 먼저 챙기는 사람, 일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와서도 힘든 내색 없이 집안일을 하는 사람, 내가 무서운 괴물 꿈을 꿨을 때 그 괴물을 물리쳐 주겠다고 한 사람은 모두 엄마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벽녘 홀로 내쉬는 엄마의 한숨을 듣기 전까지, 절대로 울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기 전까지는요.
이제는 압니다.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것을요. 일하는 것이 힘들고, 때로 집안일이 하기 싫고, 아플 때는 쉬고 싶고, 무서운 꿈을 싫어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엄마는 자식에게 힘을 주려 항상 강한 척했을 뿐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지금, 저에게 가장 강한 사람은 여전히 엄마입니다. 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요. 엄마가 아무리 약해져도 이제는 제가 엄마를 지켜드릴 겁니다.